“실버바 없어요”…치솟는 은값에 은행 결국 판매 중단

“실버바 없어요”…치솟는 은값에 은행 결국 판매 중단

기사승인 2025-10-20 17:34:15 업데이트 2025-10-20 17:51:13
은값 폭등에 실버바 잇단 판매 중단. 연합뉴스

국제 은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실버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국민·우리·신한·NH농협은행이 20일부터 실버바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거래소는 이날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KB국민·우리·신한·NH농협은행에 1kg짜리 실버바 공급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애초 실버바를 취급하지 않던 하나은행을 제외한 주요 은행들이 실버바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버바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은행들도 판매대행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한국금거래소의 공급 계획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판매를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버바 공급 중단의 배경에는 최근 은 가격 급등에 따른 투자 수요 폭증이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은 19일(현지시간) 트로이온스당 50.36달러로 마감했다. 은 가격은 지난 13일 ‘은 파동(1980년)’ 때 기록한 역대 고점인 48.7달러를 갈아치운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은 가격은 73% 급등하여 2025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 중 하나가 됐다”며 “이는 온스당 4000달러를 넘은 금의 56% 상승률과 나스닥 종합지수의 17% 상승률을 모두 뛰어넘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은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실버바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4대 은행의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달 42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억원대를 돌파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의 수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어진 관세 전쟁과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자산의 매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금값이 오른다. 이와 함께 대체 투자처로서 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쉽다. 

산업 현장에서 은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은은 반도체, 전자기기,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첨단 산업 핵심 원자재로 사용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은 투자와 보석 수요가 대부분인 금과 달리 약 60%가 산업용으로 쓰인다”며 “지난 10년간 전체 은 수요가 17% 증가한 가운데 산업용 수요는 40%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 산업 수요의 70%가 전자전기분야에서 창출되며 지난해 인공지능(AI)발 전자전기 부문 수요 증가로 은의 산업 수요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은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금보다 높은 가격 변동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금보다 은의 가격 변동성이 크고 하락 위험 또한 클 수 있다”며 “금과 달리 은은 수요를 지탱하는 제도적, 경제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정덕영 기자
deok0924@kukinews.com
정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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