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의 세포들은 신경, 면역, 혈관 등의 기능조절을 위해 다양한 신호 분자를 주고받는다.
이 같은 생물학적 시스템은 다양한 신호물질의 시공간적 전달로 정교하게 조절되고, 이를 제어하는 기술은 세포생물학, 조직공학, 신경과학, 암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일산화질소와 암모니아 같은 불안정한 신호물질들은 전통적인 약물전달 방식으로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다.
세포 신호를 전기스위치처럼 온오프
KAIST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지민 교수팀과 김지한 교수팀이 전기자극만으로 세포 안팎에서 원하는 신호 물질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세포반응을 전기 스위치처럼 켜고 끌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세포 반응을 전기스위치처럼 켜고 끌 수 있어 향후 전자약, 전기유전학, 맞춤형 세포치료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공동연구팀 개발한 기술은 전기신호로 일산화질소와 암모니아 신호 물질을 원하는 순간에 생성하고 세포의 반응 시점·범위·지속시간까지 조절하는 고정밀 생체제어 ‘바이오전기합성 플랫폼’이다.
연구팀은 몸속 질산염 환원효소가 작동하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하나의 물질로부터 생체신호 물질인 일산화질소와 암모니아를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전기기반 기술을 구현했다.
이에 따라 촉매에 따라 만들어지는 신호물질이 달라지는 점을 기반으로 질산염을 단일 전구체로 사용해 구리-몰리브덴-황 기반 촉매(Cu2MoS4)와 철이 들어간 촉매(FeCuMoS4)를 활용해 암모니아와 일산화질소 신호물질을 각각 선택적으로 합성했다.
이어 전기화학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철 촉매를 쓰면 일산화질소가 더 잘 만들어지고, 철이 없는 촉매를 쓰면 암모니아가 더 잘 만들어지는 식으로 생성 비율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촉매만 교체하면 전기신호만으로 일산화질소 또는 암모니아 신호물질을 자유롭게 생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이용해 인간 세포에 발현시킨 통증·온도자극을 느끼게 하는 센서 ‘TRPV1’와 산·암모니아 pH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 ‘OTOP1’ 같은 이온 채널을 전기 신호로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전압 세기와 작동시간을 조절함으로써 세포반응의 시작 시점, 반응 범위, 종료 시점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음도 입증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생체신호 전달경로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신경계, 혈관계, 감각계 등 다양한 생리학적 시스템의 정밀조절 및 치료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향후 전기유전학, 세포기반 약물전달시스템, 맞춤형 세포치료제 개발 등의 핵심 기반기술로 활용될 수 있고, 다중 신호물질의 정밀 제어가 요구되는 차세대 생명공학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명은·이재웅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김지한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8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