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넘긴 수송부문의 정부 지원금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경유 화물차 유가보조금을 약 1000억원 더 지급하면서도, 환경부와의 제도 개선 협의는 ‘0건’에 그쳤다.
국토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점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수송부문 배출량은 9490만톤으로 목표(9370만톤)를 1.3% 초과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다음 해인 2024년 화물차 유가보조금(경유 기준)은 8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96억 원(12.8%) 더 지원됐다. 국토부는 “유류세 인하로 단가가 올라 총액이 불가피하게 늘었다”고 해명했지만, 화석연료 보조금 축소로 흐르는 국내외 정책 기조와는 역행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화물차 유가보조금 제도 및 수송기업의 환경친화적 물류 활동 촉진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때,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의견 조율을 거치는 사전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2022년 특정용도 경유차 사용 제한과 화물차 유가보조금 관리규정 개정안 의견 협의, 2023년 ‘대기관리권역법’ 경유차 사용제한 적용지역 업무 협의 등을 끝으로, 지난해에는 환경부 등과 어떠한 공식적 협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협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문서로 남은 것은 없다”며 “법령 개정이나 검토 의견을 이메일로 주고받는 정도”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부분 환경부가 먼저 제안을 하고, 국토부는 사업자 현실을 고려해 대응하는 구조”라며 “무작정 보조금을 줄이면 영세 화물차주들의 생계에 큰 타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톤 이하 화물차의 경우 경유차 신규 구입이 불가능해 전기차나 LPG로 전환되도록 법을 바꿨다”며 “무시동 히터·에어컨 지원 등 일부 친환경 조치도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국토부의 태도가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박정 의원은 “수송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분야인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하지 못한 해 이후 1년간 부처 간 논의가 없었다는 건 정책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국토부가 장기 로드맵 없이 단기 대응만 반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국토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