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SH만 믿었는데”…사회주택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 발생

“서울시‧SH만 믿었는데”…사회주택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 발생

기사승인 2025-08-19 06:00:05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이유림 기자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광고해서 안심하고 입주했는데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생길 줄 몰랐어요. 대출까지 받아서 보증금을 마련한 거라 불안해요” (입주자 A씨)

18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청년 A씨와 B씨는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에 입주한 건 지난 2022년이다. 이들은 서울시, SH 홈페이지에서 홍보하는 주택이라 믿고 들어갔지만, 지금은 보증금 미반환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공공이 운영하는 주택이라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이 입주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란 공공이 민간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민간 사업자가 해당 토지 위에 주택을 짓는 식이다. 사회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한다. 민간 사업자는 토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해당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 중 5명은 현재 전세 보증금 약 1억4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민간 사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업자 측은 소송, 세금 체납 등으로 인해 통장이 동결되면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전세 계약 만료가 임박한 입주민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피해 금액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민 B씨는 “곧 계약이 만료되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이들까지 하면 피해 금액은 1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금 미반환이 발생하더라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보증기관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주택은 전세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해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사회주택의 경우 토지주(SH)와 건물주(민간 사업자)가 일치하지 않아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회주택은 전세 계약이 종료돼도 민간 사업자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으면 입주민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입주민들은 “민간 사업자가 계약서 작성 당시 토지주와 건물주가 달라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지만,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게다가 입주 후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하면 SH에서 주택을 매입할 거라고 공지를 받아 안심했다”고 주장했다.

피해가 커지자 SH와 서울시는 지난 4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는 다른 사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오는 12월부터 전세 보증금을 순차적으로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SH는 해당 사회주택의 매입확약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SH 관계자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매입확약 절차를 밟고 있다”며 “다만 이것이 형사상 배임 소지가 있어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시 등 관계 기관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SH의 매입확약 추진, 문제를 일으킨 민간 사업자에 대한 조치 등 서울시 차원의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태근 법무법인 융평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SH가 해당 사회주택을 매입하는 게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며 “SH가 주택을 매입해 입주민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이후에 민간 사업자와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주택의 경우 토지주와 건물주가 달라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서울시와 SH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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