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실익 두고 ‘노사 관계 안갯속’…깊어지는 HD현대의 고민

호황기 실익 두고 ‘노사 관계 안갯속’…깊어지는 HD현대의 고민

기사승인 2025-08-22 17:00:45
HD현대중공업 노조가 7월 11일 오후 2시부터 전체 조합원 대상으로 한 3시간 파업에 들어간 모습. 연합뉴스

조선업계가 대규모 수주를 발판으로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HD현대 3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은 난항을 겪으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여름휴가 이후에도 교섭이 진전되지 않자 오는 29일을 최종 시한으로 설정했다.

노사는 지난 5월20일 상견례 이후 교섭을 이어왔고, 7월 중순에는 월 13만3000원 인상·격려금 520만원·특별금과 성과급 지급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합원 투표에서 63.77% 반대로 부결됐다.

노조는 향후 2주간 사업장별 집중 교섭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9월부터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기본급 인상에 방점을 두고 안정적 임금체계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격려금, 특별금 성과금 등 변동급 중심 보장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급은 회사 실적에 따라 지급 여부와 금액이 달라지는 만큼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반대로 기본급 인상은 노동자의 생활 안정성과 장기적 고용 보장을 담보하는 의미가 있다. 조합원들이 기본급 인상을 강조하는 이유도 불황기에도 일정 소득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 과실 분배의 문제는 조선업과 같은 사이클 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임금 안정화에 대한 요구이자, 노동자의 생계 안정과 직결되는 이슈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변동과 산업적 환경 불확실성 탓에 사측은 고정비 부담 증가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규모 수주에 따른 수익 증대가 곧바로 노동자 임금 상승과 직결되는 것에 대한 경영상의 부담이 협상 난항의 핵심 쟁점으로 지목된다. 

한편 한화오션은 지난 7월 임금협상을 조합원 찬성률 61.7%로 원만히 타결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안을 포함해 ‘수주 호황의 과실’을 매끄럽게 분배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단일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직 규모가 비교적 단순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울산, 군산, 미포 등 복수 사업장과 다양한 노조 세력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임금 체계가 복잡하고, 조합 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해 협상안 마련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화는 단일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는 반면 현대 중공업은 복수 사업장을 거느리고, 규모도 크다 보니 구조적 차이도 있다”며 “현대의 경우 성과 실적을 바탕으로 한 업장 간 경영 상황 등 변수에 따라 조합 간의 입장 차가 더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수주라는 호황기에 ‘성과 과실 분배’에 관한 문제는 지속적인 회사 성장과 노사 안정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확보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조선 시장 속에서 결국 기업과 노동조합의 노사 간 협상 성공의 경험이 쌓여야 상생하는 문화 형성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조선업은 호황기와 불황기 간 보상 간극이 크다”며 “그간 노사 관행이 되풀이된다면, 노동자들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성과 분배 교섭 과정에서 핵심은 상호 신뢰”라며 “노동조합과 사측이 서로를 파트너로 생각하며 불신을 깨고 나아가는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서명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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