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올라오는 ‘네·카·토’ 간편결제…속타는 카드사

치고 올라오는 ‘네·카·토’ 간편결제…속타는 카드사

기사승인 2025-08-26 06:00:06
프리픽

코로나19 이후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카드업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카드사들도 자사 결제 앱 고도화와 신규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 등 카드사의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한국신용평가·하나금융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351조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23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전체 민간소비(1240조원)의 30%에 해당하며, 하루 평균 결제액은 9594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은 2020년(164조원) 대비 2.1배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지급결제 내 비중도 17.3%에서 26.8%로 확대됐다.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결제가 확산되고 2023년 애플페이 도입이 더해지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고객 접점, 카드사에서 간편결제사로 이동

전문가들은 간편결제사의 성장으로 카드사와 고객 간 접점이 줄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가 간편결제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실적에서 금융회사의 비중은 하락하는 반면, 전자금융업자 및 휴대폰 제조사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가 간편결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신용카드사와 고객 간 접점이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23년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NHN페이코 등 4개사의 결제액은 147조78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조6947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간편결제 방식에 있어 카드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간편결제는 그동안 은행 계좌나 카드 정보를 연결해 결제를 대행하는 구조로, 전자금융업자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카드 이용 실적도 함께 늘어나는 ‘상생 구조’를 형성해왔다. 이 덕분에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도 일정 수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간편결제 연결 수단에서 카드를 선택하는 비율은 과거 70~80%에서 지난해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계좌 충전 기반 선불금 사용은 33.7%로, 2020년(27.7%)보다 4%포인트(p) 늘었다. 류창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자금융업자는 수수료 절감, 고객 데이터 활용, 자사 플랫폼 연계를 이유로 신용카드보다 선불충전금을 선호한다”며 “카드 비중 축소로 간편결제 성장 효과가 카드 사용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효선 수석연구원도 “구매 과정에서 고객 접점을 다수 확보한 간편결제사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최종 결제가 신용카드로 이뤄지더라도 카드사가 간편결제사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용 부담 요인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삼성페이 등은 카드사의 결제망을 활용하면서도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은 국내에서 애플페이 결제액의 최대 0.15%를 카드사에 수수료로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이 이미 애플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삼성페이까지 수수료 정책을 도입할 경우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카드사, 결제 앱 고도화에도 ‘한계’

카드사들도 자사 결제 앱 고도화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앞서 업권 차원의 공동 대응도 시도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2022년 12월 업계가 함께 선보인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 ‘오픈페이’와 모바일 QR결제 공통 규격 도입은 소비자 인지도가 낮고 사용처가 제한적인 탓에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대형사들은 결제 앱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빅테크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중소형사들은 특화 카드 출시와 결제 관리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결제·금융·생활 서비스를 통합한 ‘SOL페이’를 운영하며 가입자 1894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MAU) 1032만명을 확보했다. KB국민카드도 KB페이를 오픈형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강화해 지난달 가입자 1500만명, MAU 1000만명을 돌파했다.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해 젊은 층 고객을 대거 확보하고 해외 간편결제 수요 확대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류창원 연구위원은 “카드사 간편결제는 빅테크 대비 혜택과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가맹점 수수료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마케팅 확장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수익원 발굴도 난항

카드사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데이터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결제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단독으로 활용하거나 타 카드사와 협업, 통신사와 결합해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는 소상공인 지원을 목표로 가맹점 홍보, 앱푸시 마케팅, 특화 금융상품 추천, 매출 관리 서비스 등을 결합한 통합 플랫폼 ‘마이샵 파트너’를 운영하며 데이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정 개인을 식별하거나 개별 타깃팅이 불가능해 성장에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30대 고객 집단에 특정 식당을 추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정 30대에게 개별 추천은 불가능하다”며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인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 판매나 타깃팅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시장 활성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 데이터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해외 시장이나 자동차 금융 등 다양한 부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2016년 이후 본업보다는 투자로 수익을 확대해온 것처럼, 투자 쪽으로도 눈을 돌려야 하며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을 통해 카드사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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