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임박…돌파구 찾는 韓 자동차·배터리 업계

‘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임박…돌파구 찾는 韓 자동차·배터리 업계

기사승인 2025-09-01 17:55:05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이 오는 30일부터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폐지하면서 전기차를 주요 수요처로 둔 국내 배터리와 완성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 감세법(OBBBA) 시행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HEV)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국내 배터리 3사는 ESS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종료된다.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세액공제가 지난 7월 발효된 미국 대규모 감세법 시행으로 조기 종료가 확정된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종료는 국내 배터리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전날 공개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의 감세법으로 인해 한국산 배터리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기차 보조금 역할을 하던 구매 세액공제가 종료될 경우,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어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온 상황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 등의 연쇄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 따른 수요 위축 현상으로 전기차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며 “세액 공제 종료는 수익성 악화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25% 고관세 충격에 이어 이달 전기차 보조금까지 폐지되면서 완성차 업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세액공제 폐지 이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3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7500만 달러(약 1045만원)의 세액공제 혜택 종료와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인경제인협회도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액공제 폐지로 한국 기업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4만5800여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 늦어지면서 기업들은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세액공제 혜택 폐지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종료에 따른 전기차 시장 침체가 불가피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및 완성차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와 완성차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 일부 전기차용 생산 라인을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전환하며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SK온은 미국 조지아 단독 공장 ‘SK 배터리 아메리카(SKBA)’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축소에 대비해 전기차용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 공장에서 제작하고, 단독 공장에서는 ESS용 라인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미국 현지에서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확보해 연내 생산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5월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ESS용 배터리 생산체계를 갖췄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 내 생산 라인을 ESS용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투자 확대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차(HEV) 생산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미국 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3% 증가한 13만6000여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감세법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전략을 통해 만회에 나서고 있다”며 “이 외에도 수출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 등 여러 방안 등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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