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이후 의료계가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법안을 ‘처방권 침해 법안’으로 규정하며 반발하자, 약업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면서 처방권 논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대체조제는 약사가 환자가 가져온 처방전에 제시된 약 대신 효능이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약으로 조제하는 일이다. 이 경우 약사는 그 사실을 의사와 환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덕·서영석·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법안은 약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구축한 전산 시스템을 통해 대체조제 여부·내역 등을 의료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안이 복지위를 통과한 뒤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8월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간접 통보 방식은 의사가 제때 대체조제를 알지 못해 환자 상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며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불법 대체조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피해 사례를 수집해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의협이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체조제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다른 약으로 바꾸는 행위는 약물 상호 작용과 환자의 특성 등을 고려해 작성한 처방전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대체조제는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이 품절로 없을 때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해야 하는 행위”라며 “법안에 담긴 내용처럼 대체조제 사후통보가 이뤄지면 의사가 실시간으로 바뀐 의약품을 알기 어렵고,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려는 의약분업 원칙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대체조제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반박했다. 약사회는 대체조제 대상 의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효 동등성을 인정한 동일 성분 제품이고, 환자 동의를 거쳐 대체조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처방권이나 알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대체조제는 환자의 동의를 받은 뒤 의사에게 통보하고 이뤄진다”며 “심평원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면 기존의 팩스나 전화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의사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더 편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체조제로 환자에게 다른 약이 전달된다는 식의 주장은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이는식약처가 허가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합법적 절차”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위를 통과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체조제의 의사 처방권 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