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완성차 업계가 최근 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이후 노조들의 투쟁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파업이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업계의 대규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오전 출근조와 오후 출근조는 3일과 4일 각각 2시간씩, 5일에는 4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해까지 이어온 ‘6년 연속 무분규’ 기록이 7년 만에 깨졌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18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20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5.8%(14만13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주 4.5일제 도입 △정년 연장(만 60세→64세)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미국발 관세 영향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 등의 이유로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한국GM 노조도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하루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수준의 격려금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본급 6만300원 인상과 성과급 1600만원 지급을 제시하는 등 양측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와 한국GM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노조 파업으로 총 23만1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으며, 5조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본 전례가 있다. 한국GM 역시 지난해 7~8월 두 달간의 노조 파업으로 총 4만여대의 생산 차질을 겪었다. 특히 미국 관세 정책 여파까지 겹치면서 완성차 업계의 국내 생산·수출 차질 피해가 현실화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한국GM 모두 과거 부분 파업으로 막대한 생산 차질을 겪은 경험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또 반복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완성차 업계가 미국 관세 여파로 실적 부진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까지 덮쳐 더욱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며 “조속히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 대내외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업의 배경으로 교섭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은 점과 함께,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영향도 자리했다는 의견도 있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임단협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로 기업들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의 투쟁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 적절한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안 내용의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법 시행 이전 자동차 업계를 포함한 산업계 전반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정부와 국회가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