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내부통제’ 강조하는 금감원장…책무구조도 이름 올리는 오너家

증권사 ‘내부통제’ 강조하는 금감원장…책무구조도 이름 올리는 오너家

기사승인 2025-09-08 17:37:17 업데이트 2025-09-08 17:47:01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첫 상견례 자리에서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혁신을 주문했다. 특히 내부통제 성패에 대한 책임이 경영진에 있음을 강조했다. 증권사들도 오너 일가가 직접 책무구조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책임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26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금감원장이 금융투자업계 수장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는 신임 금감원장 취임에 따라 자본시장 발전 방안과 업계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소통의 자리로서 마련됐다.

이 원장이 이날 금융투자사 CEO들에게 강조한 것은 △금융투자자 보호 △철저한 내부통제 혁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 △불공정행위 근절 동참 △퇴직연금 시장 신뢰성 제고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 도약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및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 등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혁신이 꼽힌다. 고객의 금전적 손실과 금융회사 과징금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투자자 보호 실패는 금융투자사의 내부통제 미흡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어서다.

증권사에서 가장 빈번한 내부통제 문제는 전산사고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국내 증권사에서 발생한 전산사고는 총 429건으로 집계됐다. 발생 건수도 2020년 66건에서 지난해 100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5년간 증권사 전산사고 피해액은 262억5000만원으로 전체 금융권의 89%에 달한다.

임직원의 일탈 사례도 확인된다. 일례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내부 직원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부서에서 목적을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로 1300억원대의 손실을 냈다. 해당 임직원들은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스와프 거래를 했다고 증권사 전산시스템에 허위 등록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원장도 이같은 사례를 고려해 증권사 CEO들에게 철저한 혁신과 조직문화를 바꿀 것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내부통제의 성패는 CEO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로서 해당 조직에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달라”며 “금감원도 회사의 위험 및 내부통제 역량에 따라 우수 회사에 자율관리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감독 수준을 차등화해 자율성·책임성을 유도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 ‘책임’ 강조에…증권사 오너家 ‘솔선수범’

이처럼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 의지로 증권사 경영 구도에 책무구조도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른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대표이사 및 임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위험관리 책임을 명문화한 문서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사 임원 등은 내부통제를 비롯한 관리의무를 위반할 시 신분제재를 부과받을 수 있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정식 운영되기 시작했다.

앞서 금감원은 책무구조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시범운영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 오너의 책임 배분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개선을 권고했다. 증권사 오너가가 모호한 직함을 가지고 업무 최종 책임에도 자유롭다는 일부 지적을 인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권고에 해당 증권사 오너가들은 자체적으로 책임 경영 강화와 이사회 효율성 제고를 위해 나섰다. 키움증권은 지난 6월27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키움증권 측은 “의장 간의 상호 견제를 도모해 이사회를 신중히 운영 및 관리하고자 김 사내이사를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라며 “이사회 공동의장 각자의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의 이행에 대한 감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일 그룹 창업주이자 글로벌전략가(GSO)인 박현주 회장을 책무구조도에 등재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수년간 비상근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던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회장직을 맡게 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비즈니스 전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으로 내부적으로 필요한 책무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판단”이라고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 오너가의 책무구조도 참여가 확산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에서 해당 방향을 강조하고 있어 상당수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리테일 분야에 강점이 있는 등 금융소비자와 밀접하게 관계된 대형 증권사들은 어느 정도 다 참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오너가도 이같은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일부 중소형사들은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거리감이 있는 PF 등 부문에 특화돼 있어 책무구조도에 오너가 들어간다고 해도 크게 영향을 받을 여지가 적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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