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테슬라·애플·xAI로 수주 릴레이…트럼프 리스크는 ‘변수’

삼성 파운드리, 테슬라·애플·xAI로 수주 릴레이…트럼프 리스크는 ‘변수’

기사승인 2025-09-10 06:00:29 업데이트 2025-09-10 06:58:09
삼성전자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본격 재개하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반등에 나섰다. 테슬라와 애플 등 대형 고객사 수주에 이어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 xAI와도 협상 테이블에 오르며 ‘수주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2나노 공정 수율 한계, TSMC와의 격차,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테일러 공장 재가동…40억달러 장비 투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수요 둔화로 멈췄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본격 재개했다. 삼성의 2세대 2나노 공정 ‘SF2P’를 활용해 연간 1만6000~1만7000장의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목표는 2026년 말 또는 2027년 초 본격 양산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약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의 첨단 장비를 현지에서 조달할 예정이며,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엔지니어 등 핵심 인력을 채용한다. 공장 전담 최고책임자도 별도로 배치해 운영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5월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테슬라·애플·xAI ‘삼각 수주’

삼성 파운드리의 반등 모멘텀은 지난 7월 테슬라와 체결한 대규모 계약에서 비롯됐다. 삼성은 테슬라와 약 22조76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 ‘A16’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A16칩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술과 AI 학습을 위한 핵심 반도체로, 삼성의 2나노 공정을 통해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8월에는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 이미지 센서 수주에도 성공했다. 업계는 이 계약 규모를 연간 약 3조원으로 추정하며,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한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한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가 삼성과 맞춤형 AI 반도체(ASIC) 제작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테이프아웃’ 전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성사된다면 테슬라와 애플에 이어 삼성의 고객 포트폴리오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앞서 테슬라 계약을 소개하며 “앞으로 계약액은 몇 배 더 클 것”이라고 언급해 추가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퀄컴까지 가세할까

삼성전자는 퀄컴을 다시 2나노 고객사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최근 “인텔 파운드리는 현재 선택지가 아니며 삼성전자, TSMC와 협력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퀄컴은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엘리트2’ 제작 과정에서 삼성 2나노 공정을 일부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프로젝트 ‘트레일블레이저’도 삼성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가 테슬라, 애플 외에 퀄컴까지 신규 고객으로 확보한다면 중장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 숙제, 수율 격차와 정치 리스크

삼성의 파운드리 부활에는 여전히 ‘수율 개선’이라는 과제가 따른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의 2나노 공정(SF2) 수율은 40~45% 수준으로, 70% 수준인 TSMC의 2nm 공정(N2)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궈밍치 연구원은 “삼성이 예정대로 테슬라 A16 칩을 성공적으로 양산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수율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생산 물량이 TSMC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치 변수도 부담이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미 당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475명이 체포됐고, 이 중 300여명이 한국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 단속은 정당하다”고 옹호했으며, 공장은 완공을 앞두고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도 비슷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 내 숙련 인력 부족 속에서 강경한 이민 정책이 이어지면 건설 일정과 운영 안정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30년 가까이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해온 베테랑으로 네트워크와 경험은 강점이지만, 정치적 변수는 언제든 돌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