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강자’ 주목받는 SK바이오사이언스…“글로벌 보건 향상 앞장”

‘백신 강자’ 주목받는 SK바이오사이언스…“글로벌 보건 향상 앞장”

‘스카이바리셀라’ 등 6개 백신 WHO PQ 인증
mRNA 백신 임상…차세대 기술 플랫폼 개발
‘글로컬라이제이션’ 단행…게이츠재단과 협력
“백신 주권 넘어 글로벌 보건 리더십 확보”

기사승인 2025-09-11 06:00:23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백신 접종을 통한 질병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백신 시장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수두, 독감, 장티푸스 등 주요 백신 제품을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백신 공급에도 적극적이다. 회사는 차세대 백신 플랫폼과 글로벌 생산 거점 확장을 통해 국가 보건 안보와 글로벌 보건 협력 차원에서 존재감을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백신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주’는 2회 접종 적응증 확대에 나섰다. 이를 위한 글로벌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회사는 2027년 내 완료를 목표로 국내외 생후 12개월~12세 소아 약 800명을 대상으로 스카이바리셀라의 2회 접종 면역원성(백신이 인간의 몸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성질)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수두 백신은 그간 1회 접종을 표준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1회 접종 뒤 일부 돌파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최근 2회 접종이 국제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면역전문가 전략자문그룹(SAGE)은 지난 3월 수두 백신 2회 접종을 공식 권고했고, 범미보건기구(PAHO) 등 국제 조달 시장에서도 2회 접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회 접종을 통해 더 강하고 오랫동안 면역을 형성하고, 지역사회 전파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카이바리셀라는 2018년 식약처 허가를 받고 이듬해엔 글로벌 제약사의 수두 백신 제품에 이어 세계 2번째로 WHO PQ(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받았다. WHO PQ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백신 제조과정과 품질, 임상시험 결과를 평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으면 유니세프(UNICEF), 파호(PAHO, 범미보건기구) 등 국제연합(UN)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 WHO PQ 인증을 받은 백신은 스카이바리셀라를 포함해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등 총 6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키운 백신 개발 역량은 차세대 기술 플랫폼 개발로 확장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 지원을 받아 일본뇌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후보물질 ‘GBP560’의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엔 미국 모더나의 핵심 특허 무효 판결을 이끌어내 독자 기술 확보 기반을 강화했다. 항원 서열만 교체하면 다양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mRNA 플랫폼은 미래 팬데믹 대응의 핵심으로 꼽힌다.

동시에 호흡기 감염병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GBP410)은 20가를 초과하는 혈청형 백신 중 최초로 유·소아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했으며, 성인용 차세대 21가 초과 백신 개발도 병행 중이다.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2024년 약 122억달러(한화 약 16조원)에서 2034년 약 190억달러(약 2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질병관리청 과제로 세포배양 기반 조류독감(AI) 백신 개발에도 착수했다. 학계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번갈아 팬데믹을 일으키는 식이라면 다음 팬데믹은 다시 인플루엔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팬데믹은 조류인플루엔자다. 현재 AI가 포유류 감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 간 감염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제품들을 앞세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백신 수요가 높지만 인적·물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국가에 자사의 연구개발(R&D) 및 생산 역량을 이식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는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AP, 연합뉴스

지난달 방한한 게이츠 이사장과 게이츠재단 주요 인사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연이어 회동을 갖고 차세대 백신 개발과 팬데믹 대응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게이츠재단은 장티푸스·소아설사병 백신 공동 개발,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 지원 등 SK바이오사이언스와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글로벌 질병 퇴치를 위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생산 역량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인천 송도 3만413㎡(9216평) 부지에 ‘글로벌 R&PD 센터’를 짓고 있다. 이 센터는 올해 말 완공이 예상되며, 내년 1월 중순께 입주 예정이다. 센터에는 백신·바이오 분야의 기초연구와 공정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연구소, 파일럿 플랜트 등이 들어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자사의 모든 행보는 신속 개발, 대량 생산,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귀결된다. 이는 단순한 기업 성장 전략이 아니라, 국가 보건안보를 위한 투자”라며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소수 국가라는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위기 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수단이자 국제 보건 협력에서 대한민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가 구축 중인 국내외 백신 생산 네트워크와 글로벌 파트너십, 게이츠 재단과의 협력은 한국이 백신 주권을 넘어 글로벌 보건 리더십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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