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사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보험사 가운데서는 D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요즘 보험사들이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사정이 있습니다. 이번 ‘알기쉬운 경제’에서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투자자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이란 쉽게 말해 보험사가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진짜 자기 자본 같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특별한 채권입니다. 채권은 회사가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이자와 원금을 갚겠다고 약속하는 증서인데요. 이 가운데 금융기관의 자본 규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대표적인 채권으로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이 있습니다. 후순위채는 말 그대로 상환 순위가 뒤에 있는 채권으로, 회사가 파산할 경우 다른 빚을 모두 갚은 뒤에야 상환됩니다. 위험이 큰 만큼 이자가 일반 채권보다 높고, 금융당국은 이를 ‘보완자본’으로 분류합니다.
그럼 신종자본증권은 어떨까요? 이건 만기가 아주 길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간 안정적인 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조건이 붙습니다. 회사가 위기에 빠지면 이자 지급이 중단되거나, 심하면 원금이 줄어들거나(상각), 주식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즉 투자자가 손실을 함께 떠안으면서 회사의 자본을 지켜주는 구조인 거죠.
DB손해보험이 발행한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기존과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스텝업(Step-up) 조건’이 없다는 점입니다. 스텝업 조건이란 “몇 년 뒤 이자율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인데, 이 조건이 있으면 보험사는 이자 부담을 피하려 서둘러 돈을 갚아버리게 됩니다. 그만큼 장기적인 자금으로 활용하기 어렵죠. 하지만 이 증권은 이런 조건이 없어 이자율 인상 부담 없이 아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금융당국은 “이건 진짜 자본처럼 쓸 수 있겠다”며 기본자본으로 인정한 거죠.
그렇다면 DB손해보험은 왜 지금 이 증권을 발행했을까요? 보험사에게 가장 큰 의무는 바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자본을 튼튼히 쌓아두는 게 숙명입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지급여력 비율’ 도입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진짜 자기 돈’인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보험사의 지급 능력을 따져보겠다는 거죠.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를 통해 단순히 자본의 양만 보는 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질 좋은 자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평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본자본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거죠.
그럼 이번 발행으로 DB손보는 어떤 효과를 얻게 될까요? DB손보의 기본자본 K-ICS 비율은 기존 79.7%에서 87.3%까지 올라갈 전망입니다. 보험사의 핵심 체력이 한 단계 더 강화됐다는 의미죠. 반대로 일부 보험사들은 아직 50%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브라이프생명은 47.9%, 흥국화재는 44.5%, 하나손보는 22.6% 수준에 불과합니다. 만약 규제가 시행된다면 이들 회사는 곧바로 관리 대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보험사들도 이 채권 발행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DB손보 증권은 연 3.8% 금리로, 예금이나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행권이 발행하는 채권인 코코본드와 달리 원금이 줄어드는 조건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게다가 이런 상품은 재무 건전성이 튼튼한 대형 보험사만 발행할 수 있어 신뢰도도 높습니다. 실제로 이번 발행에는 목표액의 2.4배가 넘는 투자금이 몰렸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던 거죠.
물론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이 증권은 은행 예금처럼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을 투자자가 감수해야 합니다. 즉,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지만, 위험이 전혀 없는 상품은 아니다라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