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와이어로프 안전성을 정밀 진단하는 비파괴검사장치 ‘로프 닥터’를 개발했다.
수십~수백가닥 강선을 꼬아 만든 와이어로프는 스키장 리프트, 엘리베이터, 항만크레인 등의 핵심 부품으로, 장기간 사용하면 결손 등의 결함이 발생할 수 있어 주기적인 안전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는다.
지금까지 안전검사는 자속누설탐상(MFL) 기법을 이용한 해외 장비에 의존했다.
이 장비는 와이어로프에 강한 자석을 붙여 자화시킨 후 단선이나 균열이 있는 부근에서 새어나오는 자기장을 센서로 감지하는 방식으로, 로프가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내외부 결함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 의존해 도입과 유지보수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돼 국산 장비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원자력연 재료안전기술연구부 강토 박사팀은 기존 자속누설탐상 기법을 적용하면서 최적화된 장비 경량화 설계를 실현, 무게를 30% 이상 줄였다.
여기에 국내 최초 자기장 감지센서를 자체 설계하고 제작까지 성공해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로프 닥터는 강선 1가닥만 손상돼도 결함을 검출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했다.
이는 전체 로프 단면적의 0.5%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는 성능으로, 해외 장비와 동등하다.
동시에 장비가격 및 유지보수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였고, 여기에 고용량 배터리와 와이파이 데이터전송 기능을 갖춰 현장 활용성을 높였다.
특히 기존 와이어로프에 추가로 설치만 하면 로프가 순환하면서 내외부 결함을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어 중대재해 위험이 큰 현장에서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연은 이와 관련해 특허 1건, 설계도, 로프 닥터 운영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기술을 설비안전성 및 수명평가 전문기업 ㈜피레타에 이전됐다. ㈜피레타는 이를 바탕으로 항만크레인 비파괴검사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동진 원자력연 재료안전기술연구부장은 “원전 건설과 운영 때 필요한 크레인은 물론 각종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와이어로프 결함 검사에 다방면 활용할 수 있어 안전성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연은 이번 연구성과를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가을학술발표회와 한국비파괴검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