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에도 끄떡없다. 세찬 빗줄기 소리보다 한강을 메운 관광객들 웃음소리가 더 컸다. 폭우 속에서도 관광객들은 우비를 걸친 채 콘텐츠를 즐기고 전통놀이에 참여하며 축제를 즐겼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은 웃음과 환호로 가득 찼다. 17일 열린 ‘K-데이 인 한강(K-Day in Hangang)’ 현장에는 미국 금융교육 단체 월드 시스템 빌더(WSB) 임직원 3000여명이 참여해 한국의 대중문화와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오징어게임’ 속 전통놀이, 민속놀이 등이 펼쳐져 외국인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행사에 참가한 미국인 관광객 마리아 엘레나(41·여)씨는 “비가 오긴 했지만 한국의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특히 K-팝 댄스를 따라 해 본 것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이 우비를 입고 빗속에서 춤을 추거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날 K-데이에 참여한 다른 관광객 역시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보던 한국에 처음 와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아이도 특히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K-팝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 시민들은 친절했고 거리는 깨끗하고 트렌디했다. 일정이 짧아 아쉽지만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관광공사가 약 3년에 걸쳐 유치에 성공한 성과다. WSB는 포상관광 목적지 후보지에서 한국을 3순위로 두었으나,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의 적극적인 세일즈와 기업 맞춤형 지원 전략으로 최종 개최지가 됐다. 사전 답사와 임원진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경쟁력을 부각한 결과 지난해 12월 방한이 확정됐다.
인센티브여행은 관광, 기업회의, 교육 등이 결합한 복합적인 형태의 여행이다. 일반 관광에 비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통상 업계는 분석한다. ‘2023 MICE 산업통계 조사연구’에 따르면, 약 78만명의 인센티브여행객이 한국을 방문했으며, 1인당 지출액은 일반 외래관광객 대비 약 1.49배(28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번 포상관광으로 약 124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에 앞서 WSB 참가자들은 서울 시티투어를 시작으로 뷰티·웰니스·푸드 등 5개 테마 투어에 참여하며 한국의 다채로운 매력을 경험했다.

인센티브 관광은 일반 관광에 비해 체류일수와 지출액이 높다.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 외래 관광객 중 약 5%를 차지하지만, 1인당 지출 규모가 크고 숙박·교통·음식·쇼핑으로 이어지는 연쇄 소비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방한 미국인 관광객은 90만명을 넘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K-팝과 드라마, 게임 등 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체험형 프로그램은 단순 소비를 넘어 재방문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관계자는 “장거리 국가에서 수천명 규모가 방한한 사례 자체가 드물다”며 “이번 경험이 다시 한국을 찾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사 현장에서는 한국의 전통 의상인 도포와 갓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 캘리그라피 체험존, 360도 포토존 등이 운영됐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홍보관을 마련해 참가자들이 한국의 매력을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송은경 한국관광공사 MICE마케팅팀장은 “WSB와 같이 원거리 국가에서 3000명이 넘는 인원이 방한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기업 맞춤형 콘텐츠 제공과 촘촘한 지원 정책이 앞으로 한국의 인센티브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인바운드 관광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미국은 일본·중국과 함께 주요 방한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관광 수요를 이끄는 시장으로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WSB 사례는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목적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류형 소비를 촉발하는 한류 체험형 콘텐츠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결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