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선 청년들…법적 지원 사각지대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선 청년들…법적 지원 사각지대

경계성 지능인 기본법 제정 논의 제자리
전문가들 “지자체 조례만으로는 역부족…중앙정부 지원·기본법 필요”

기사승인 2025-09-19 06:00:25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환승센터 앞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유희태 기자 

“처음으로 경계선 지능인 진단을 받은 날, 저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경계선 지능인은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런 곳은 없다’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 가운데 약 13.6%가 경계선 지능인으로 추정된다. 지능지수(IQ) 70~85 수준으로 평균보다 낮은 지적 능력을 갖췄지만, 지적장애 기준(70 이하)에는 해당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학업과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도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2023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000명 중 13.6%(407명)가 ‘위험·탐색군’으로 분류됐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장래 재정 문제’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고, 돈 문제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광역·기초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관련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기본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계선 지능 청년 고용 지원 현황과 정책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권칠승·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신한대학교·느린학습자시민회가 공동 주관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계선 지능 청년 고용 지원 현황과 정책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노유지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체계적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최승숙 강남대 교수는 “경계선 지능인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연속적 지원과 교육·복지·고용의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연결하는 기본 틀이 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민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연구위원은 “지자체의 교육 지원만으로는 취업과 연결되기 어렵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고용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정책 확대와 공공 일자리 활용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경 한신대 연구위원은 “맞춤형 고용 지원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지자체가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인 당사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임성완씨는 단발적 경험이 아닌 실질적 기회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짧은 일 경험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에 나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며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닌,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워줄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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