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 중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명단을 확보하면서 이른바 ‘강제입당 의혹’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교 유착 의혹을 둘러싼 특검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한 정치적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전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인근의 당원 명부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당원 약 11만 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앞서 통일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120만 명 규모의 교인 명부와 500만 명 상당의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비교·대조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다만 확보된 명단 중 전당대회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명단 확보는 특검의 세 번째 시도 끝에 이루어졌다. 특검은 지난달 13일과 18일 두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국민의힘 측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확보된 당원 11만여 명은 국민의힘 전체 책임 당원 74만 명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검은 해당 명단을 토대로 실제 통일교 교인인지, 입당 시기와 책임당원 여부, 전당대회 투표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통일교 측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당 대표로 지원하기 위해 교인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과 권 의원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의혹 등을 함께 수사 중이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영장 기재 내용과 다르다”면서 특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도 “상식적으로 우리 당원이 500만 명 가까이 되니 대한민국 국민의 10%는 우리 당원”이라며 “120만 명짜리 명단을 가져오면 12만명 정도는 우리 당원 명부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통계학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과 통일교 연루가 밝혀지면, 통합진보당 사례와 비교해 10번, 100번이라도 정당 해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의 정치적 파장이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미 ‘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해 청탁을 기획한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 청탁 대상인 김 여사와 권 의원, 브로커 전성배씨를 모두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당원명부 확보로 강제입당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어, 관련 수사가 8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법조계에선 정당 명부 확보가 곧바로 증거로 인정될지 여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법원이 어느 범위까지 증거능력을 인정할지, 개인정보 보호와 수사의 정당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당 명부 확보 자체가 수사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실질적인 수사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명단 확보가 수사 확장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정치적 논란만 키우고 소모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앞으로 수사 전개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