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복구 작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큰 불길은 잡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데이터 복구에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약 10시간여만인 오전 6시30분쯤 큰 불길은 잡았으나, 약 두 시간 뒤 재발화했다. 배터리 화재 특성상 한 번 불이 나면 꺼지기 어렵고, 불이 꺼지더라도 고온 등 영향으로 다시 발화할 수 있다. 현재는 6시간 넘게 연기를 빼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가 계속되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열폭주는 배터리가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온도가 최대 섭씨 1000도까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대량의 물을 투입할 경우 국가자원 데이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대량 방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산실 내부는 창이 없는 구조로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한때 내부 온도가 160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송풍기를 이용해 배연 작업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 그을음과 연기가 가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산실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가 필요한데, 화재로 항온·항습기가 고장 나면서 서버 전원은 모두 끈 상황이다. 서버도 내부 온도가 장시간 고온으로 지속되면서 거의 소실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국정자원은 장비를 조달해 데이터를 긴급 복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아직 열기가 남아 있어 소방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전면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열기가 빠진 뒤 진입해 서버를 재가동하고 손상 여부를 하나하나 점검해야 해 복구 시점을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정부 서비스 가운데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이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24, 국민신문고시스템, 우체국 우편 등 대국민서비스는 물론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 및 관련 서비스 사이트, 온라인 공무원증, 정부 메일링시스템 등 서비스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