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국 곳곳에서 행정서비스가 멈췄다. 주민등록등본 발급부터 우체국 금융거래까지 국민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전소된 96개 시스템을 대구센터로 이전·재구축하는 데 약 4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추석 연휴 민원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24와 우편·금융 서비스 등 필수 시스템 복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647개 시스템 중 62개가 정상화됐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가 우선 복구됐다.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정부24 서비스도 이날 오전 재개됐다. 복구 상황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통해 수시로 공지된다.
화재가 발생한 대전센터는 피해가 적은 1∼6전산실 시스템부터 재가동이 이뤄지고 있다. 5층 전산실은 분진 청소 후 재기동할 계획이다.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행정안전부 차관)은 “서버 등 정보시스템은 정전기나 물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문업체가 작업하며, 이 작업은 1~2주 정도 소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또 “화재에 직접 영향을 받은 96개 시스템은 대구 민관협력 클라우드 구역에 설치할 것”이라며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구센터 입주기업의 협조 하에 최대한 일정을 당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전소된 주요 시스템 96개에는 통합보훈(국가보훈부), 국민신문고(권익위),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 안전디딤돌(행안부), 노사누리(고용노동부), 대테러센터 홈페이지(국무조정실), 범정부데이터분석시스템(행안부), 정책브리핑(문체부) 등 1등급 핵심 서비스가 포함됐다.
김 차관은 “장기간 장애가 예상되는 96개 시스템은 대체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며 “국민신문고, 통합보훈 등 민원 신청 시스템은 방문·우편 접수 등 오프라인 대체 창구를 운영 중이고, 국가법령정보센터는 대체 사이트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행정 업무 차질을 고려해 정부는 9월 재산세 납부 기한 등 각종 기한을 연장했고, 오프라인 서류 발급 수수료도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또 110 정부콜센터와 120 민원콜센터를 통해 불편사항을 상담하고 대체수단을 안내하고 있다. 주요 포털에서도 이용 가능한 대체 서비스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를 찾아 복구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윤 장관은 특히 대구센터 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시설을 확인했다. 이 시설은 행정·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 인프라를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마련한 것으로,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 서비스 복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윤 장관은 “대구센터 민관협력존을 활용해 이번 화재로 인해 중단된 서비스가 신속히 복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짧은 기간 장애가 있는 여러 시스템을 새로운 전산실에 이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민 불편을 빠른 시일 안에 해소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이전 작업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했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UPS(무정전전원장치)와 배터리 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점검이 이뤄졌다. 대구센터의 UPS실과 배터리실은 격벽으로 분리돼 화재 확산을 차단하는 설계가 적용됐으며, 지난 10일 전기안전공사의 법정검사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바 있다.
한편 배터리 운반 과정에 무자격 업체가 투입됐다는 의혹에 대해 김 차관은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배터리 이전 준비 중 화재가 발생했고, 이때 작업자는 자격을 보유한 전문 기술자이자 화재 부상자이기도 하다”라고 해명했다.
세종=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