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30% 불과한 ‘담도암’…“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필요”

생존율 30% 불과한 ‘담도암’…“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필요”

전이성 담도암 생존율 4% 불과
더발루맙,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제 국내 허가
1년 투약 비용 1억5000만원…전액 환자 부담
“치료 이어갈 수 있도록 길 열어주길”

기사승인 2025-10-10 06:00:08
김영혜씨가 서울의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점심 먹고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더니 먹은 걸 다 토했어요. 병원에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선생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하면서 큰 병원에서 다시 진찰받으라고 소견서를 써줬어요. ‘담도암’이었어요.”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마주한 김영혜(63·여·서울 동작구)씨는 지난해 여름 평범하던 일상에서 갑작스레 들이닥친 담도암으로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맞게 됐다. 김씨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림프절까지 전이가 이뤄진 간내 담도암 4기였다. 담도암은 ‘암 치료 선진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암종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2022년 기준 전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를 웃도는 데 반해 담도암은 30%대에 불과하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라면 4%에 불과하다. 담도암 환자의 예후가 나쁜 이유는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는 탓에 발견이 늦어 대부분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되기 때문이다. 전체 환자의 약 90%가 60대 이상 고령이라는 점 역시 치료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처음엔 아무 증상이 없었어요. 가끔 소화가 안 되는 느낌 정도만 있었고, 그 외에는 특별한 증상 같은 건 없었어요. 소화제를 먹으면 조금 나아져서 큰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김씨는 진단 후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과 ‘더발루맙’(제품명 임핀지) 병용요법으로 치료받았다. 임핀지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다. 더발루맙과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은 지난 2022년 11월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더발루맙 병용요법 치료 후 김씨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됐다. 치료 초반엔 탈모, 변비 등 비교적 가벼운 부작용으로 고생했지만, 이후 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고 식사나 일상생활이 편해졌다. 예전처럼 속이 메스꺼운 증상도 사라졌다. 6개월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고 있는데, 처음에는 6㎝에 달했던 암 크기가 지난 7월 검사에서 1.5㎝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현재는 더발루맙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더발루맙으로 치료를 받고 나니 집에만 있었던 제가 밖에 나갈 수 있게 됐고, 마음이 편해지니까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웃을 수 있게 됐어요. 탈모가 있었지만 이젠 머리도 많이 나고, 혈색도 좋아졌다고 주변에서 많이 얘기해요.”

문제는 비용이다. 담도암은 치명적인 암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급여가 적용되는 면역항암제는 전무하다. 더발루맙 병용요법의 효과는 여러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글로벌 임상 연구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기존 표준치료(항암화학요법) 대비 3년 시점에 전체생존율을 2배 이상 개선하며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인 환자 하위 분석에선 글로벌 전체 환자군보다 더 높은 전체생존율을 기록했다.

김씨는 면역항암제 치료 비용 부담을 친척과 지인들에게 도움받고 있다. 현재는 한 달에 한 번씩 치료받고 있으나, 처음에는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을 한 달에 두 번씩 받았다.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설득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에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들었지만, 점점 호전되는 몸 상태에 이젠 완치만을 바라고 있다.

“병원에 가면 많은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며 다음에도 치료받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해요. 어느 날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병원 벤치에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손수건을 건네며 ‘저도 항암 치료 중’이라고 말을 걸었더니 그분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그만둬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어요.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김씨는 외국처럼 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 급여화가 하루빨리 이뤄져 환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더발루맙 병용요법의 경우 1년 투약 비용은 약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미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임상적 혜택과 시급성을 인정해 신속한 급여를 결정했다. 

영국의 경우 담도암 치료의 열악한 현실과 임핀지가 최초의 담도암 1차 치료제라는 점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점증적 비용-효과비율’(ICER,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을 적용했다. ICER는 의약품의 비용효과성, 경제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물이 기존 것에 비해 얼마나 더 효과적인지, 추가로 드는 비용은 얼마인지 등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더발루맙과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이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지 약 3년이 지났음에도 비급여 상태다. 정책 개선으로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에는 급여가 적용됐으나, 여전히 면역항암제는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폐암, 유방암 등에서 다양한 면역항암제가 급여를 받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전이성 담도암 환자들은 면역항암제 급여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임핀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한 이후 지난달 4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재심의’ 판정을 받았다.

“치료제 급여가 지연될수록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고통 속에서 치료를 포기하게 됩니다. 환자들이 치료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길 바랍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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