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값이 최근 크게 오르며 편의점이 새로운 ‘빵 대체지’로 주목받고 있다. 시중 베이커리 카페의 빵 한두 개 가격으로 여러 개를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CU, GS25, 세븐일레븐 등이 자체 브랜드 베이커리 라인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분석 결과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은 2020년 9월 대비 23% 올랐으며, 특히 빵 가격이 39% 급등해 식품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밀 가격과 물류비가 상승한 데다 계란, 우유, 버터 등 주요 재료 가격 인상이 빵값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프리미엄 베이커리 수요가 늘면서 전체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품목은 소금빵(15.7%)이다. 샌드위치(15.0%), 식빵(7.2%), 크루아상(5.3%), 베이글(5.2%)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중위가격은 베이글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베이글의 6월 말 기준 중위가격은 4400~4900원으로, 2022년 6월 대비 44%나 뛰었다. 샌드위치(7500~8300원)는 32%, 소금빵(3300~3700원)은 30%가량 각각 상승했다.
빵값 급등으로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베이커리 카페 이용 부담이 커지자, 편의점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자체 브랜드(PB) 빵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빵값이 오를수록 PB 제품 매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CU의 전체 빵 매출 중 PB빵 비중은 2023년 9.4%에서 올해 지난달까지 21.0%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GS25는 21.1%에서 24.9%, 세븐일레븐은 15.0%에서 20.0%로 상승했다.
편의점 PB 빵의 가장 큰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대다. CU의 베이크하우스405는 ‘오트카스테라’는 1800원, ‘밀크스틱브래드’를 2400원에 내놨다. GS25의 ‘브레디크 골든소보로빵’은 2100원, ‘성수소금빵’은 3200원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롯데자이언츠도리야끼빵(1900원)’, ‘푸하하소금우유크림빵(2900원)’ 등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CU는 지난 2023년 8월 PB 베이커리 브랜드인 ‘베이크하우스405’를 론칭해 현재 30여 종을 운영 중이다. 올해 2월에는 업계 최초로 디저트 전문 브랜드 ‘당과점’을 선보이며 빵과 디저트 10여 종을 함께 강화했다. 이달에는 ‘스위트 페스트리(1900원)’, ‘피넛 크림 소보로(2300원)’, ‘딸기잼 크림 소보로(2300원)’ 등이 PB 제품 중 매출 상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즉석커피 브랜드 ‘get 커피’와 어울려 페어링 할 수 있는 ‘한입 디저트’, ‘샌드쿠키’, ‘베이글 샌드위치’ 등을 출시하고 ‘황치즈 버터파이’, ‘햄에그 베이글’ 등을 커피 머신 옆이나 빵 매대 상단에 배치해 동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get 커피와 함께 구매 시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맛, 가성비, 품질 세 마리 토끼를 잡은 PB 빵을 만들기 위해 재료부터 공정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객의 입맛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새롭고 신선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25 역시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결합한 투트랙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PB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1월 ‘브레디크’, 2023년 3월 ‘성수’ 브랜드를 각각 론칭했으며, 누적 판매량은 각각 7000만개와 300만개를 돌파했다.
GS25 관계자는 “PB 이름에서도 보이듯이 브레디크와 성수는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지향해 최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소금빵, 크루아상 등 트렌디한 베이커리 제품 위주로 구성했다”며 “일반 베이커리보다 저렴하면서도 큰 용량과 좋은 품질로 소비자 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GS25는 ‘서울우유 시리즈’를 중심으로 디저트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우유 초코크림빵’과 ‘서울우유 초코크림모찌롤’을 추가로 선보이며 4개월 만에 7종으로 늘렸다. 해당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400만개를 돌파했으며 현재 카테고리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세븐셀렉트’와 스포츠 마케팅 시리즈를 중심으로 약 40종의 PB빵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팬심을 자극하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차별화된 베이커리 라인업을 구축했다. ‘롯데자이언츠’ 시리즈와 함께 ‘이정후’ 시리즈, 최근에는 K리그 인기에 힘입은 ‘K리그슛’ 시리즈 등 다양한 스포츠 콜라보 베이커리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030세대가 많이 찾는 소비채널인 만큼 셀럽, 스포츠, 기타 브랜드 등 콜라보 중심의 베이커리 상품 출시를 전략화해 지속 출시할 계획이며 무엇보다 PB 브랜드 '세븐셀렉트'를 메인으로 프리미엄과 가성비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관련 카테고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