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발맞춰 신한금융그룹이 그룹의 자원 배분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미래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기존 가계·부동산 중심의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국가 미래 성장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정부의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 신한은행 내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을 꾸렸다. 애자일 방식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도입됐다.
신설 조직은 첨단산업 육성과 밸류체인 분석을 중심으로 성장지원 방안을 설계한다. 세부적으로 △15대 프로젝트 영역별 연구·조사 △정부 투자 유망업체와 밸류체인상 우량기업 발굴 △산업분석·심사지원 기능 강화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 미래산업 투자의 첨병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이번 전략은 ‘담보 위주의 영업’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진옥동 회장의 경영 철학에 기반한다. 진 회장은 지난달 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의 원인은 금융권에 선구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신용평가 방식과 산업 분석 능력을 개척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달 1일 ‘신한이 그리는 2040 금융의 미래’ 토크콘서트에서는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공공의 이익을 배분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위한 자금을 주고받는 모두에게 이익이 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성장을 북돋는 이타적인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생산적 금융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의 소신은 정부의 금융정책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가계·부동산에 쏠린 금융자금을 기업과 모험자본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을 핵심 금융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포용금융’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금융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병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움직임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와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10대 첨단전략산업에 총 150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공공과 민간이 각각 75조원을 출자해 재원을 마련하며, 이 중 30조원 이상이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전문적인 심사 역량을 바탕으로 AI,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유망 기업을 조기 발굴하고, 적시에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금융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의 변화는 성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금융 책임을 강화하는 ‘포용금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우대금리를 1.8%p까지 확대해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금융 선구안 인턴 프로그램’, 학력·연령 제한이 없는 영업점 창구업무 지원인력 전형 등도 신설했다. 청·장년은 물론 경력단절 인재의 사회 진입을 돕고 포용적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변화는 금융의 본질적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자금의 물길을 ‘담보 중심의 안전 자산’에서 ‘미래 성장 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금융이 경제 전반의 혁신을 견인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신한금융의 행보가 향후 금융권의 변화를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담조직 신설을 통해 산업 성장에 필요한 금융 인프라를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맞춤형 금융지원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