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엔제리너스는 어디로 갔나…롯데GRS의 커피사업 생존 실험

그 많던 엔제리너스는 어디로 갔나…롯데GRS의 커피사업 생존 실험

기사승인 2025-10-17 06:00:28
엔제리너스 수유역점 전경. 롯데GRS 제공

한때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와 함께 국내 ‘3대 커피 브랜드’로 불리던 엔제리너스가 시장 주도권에서 밀려나자, 롯데GRS는 프리미엄화된 엔제리너스와 저가 브랜드 ‘스탠브루’의 투트랙 전략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고가와 가성비’ 두 축으로 재편에 나선 선택이 통할지 주목된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과 롯데GRS 자료에 따르면, 엔제리너스의 국내 매장은 2020년 513개(가맹 428·직영 85)에서 현재 약 28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규 출점도 줄었다. 2020년 16개였던 신규 개점 수는 2022년 7개로 줄었다. 지난해 다소 회복해 13개를 기록했지만, 올해 신규 오픈은 5개에 그쳤다.

과거 ‘확장 신화’를 주도하던 엔제리너스가 몸집을 줄이는 이유는 단순한 부진이 아니다. 롯데GRS는 엔제리너스를 ‘프리미엄 라인’으로 재정립해, 수익성과 고객 경험 중심의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다.

엔젤리너스는 지난 3월 배우 이준혁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고, 신제품과 팬미팅 등으로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강 위에 떠 있는 ‘르엘캐슬갤러리점’을 열어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이색 공간을 조성했다. 이는 커피전문점의 한계를 넘어 ‘경험형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롯데GRS 관계자는 “엔제리너스는 다중이용시설 중심으로 상권을 운영하며, 매장 효율화와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엔제리너스만으로 커피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빽다방·메가커피·컴포즈 등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엔제리너스의 포지션은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와 경쟁하기에도,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에도 애매한 상태로 남았다.

이에 롯데GRS는 새로운 저가형 커피 브랜드 스탠브루를 별도로 론칭해 시장 세분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엔제리너스가 브랜드 리빌딩을 통한 내실 강화라면, 스탠브루는 가성비와 확장성을 노리는 카드로 보여진다. 

이 같은 투트랙 전환은 롯데GRS가 실적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커피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롯데GRS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5363억원, 영업이익 3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 59.7%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는 매출 1조원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여전히 롯데리아에서 발생하고 있어, 커피사업이 실질적 성장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두 브랜드 간 시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현재 커피 시장은 대형 브랜드와 저가 커피로 양분돼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엔제리너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베이커리 특화점을 운영하는 등 커피전문점을 넘어서는 브랜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즌별 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신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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