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권 논쟁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온 정은경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약사법 2조·20조·50조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1994년부터 이어진 약사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권 논쟁이 최근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약사회가 모두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 정도로 격화됐다. 약사회는 약사법에 따라 한약사들이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약사회는 한약사 또한 약국 개설자이기 때문에 약사법에 따라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반론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약사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권 논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약사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권 논쟁에 대해 질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는 불법”이라며 “약사법 2조에 따른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 범위를 정확히 적용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장관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현행법상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약국 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며 “이 규정에 따르면 한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 장관이 직접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는 불법이 아니라고 말하자, 약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약사회는 16일 정 장관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약사회는 성명서에서 “한약사의 명확한 불법행위를 감독하고 처벌해야 할 복지부 수장이 오히려 불법을 부추기는 망언을 뱉었다”며 “약사회는 정 장관의 망언을 규탄하며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한약사회는 정 장관의 국감 발언으로 인해 일반의약품 판매와 관련한 논란이 다른 국면을 맞이한 점을 환영했다. 한약사회 관계자는 “정 장관의 법 해석으로 인해 한약사들이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며 “법 해석의 차이로 인해 일반의약품 판매에 위축됐던 한약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답변은 일반의약품 시장 구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반의약품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한약사들이 약사들과 가격 경쟁 구도를 만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약사가 개설한 일반의약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초대형 약국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서울지역 한 약사는 “과거에도 한약사들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했었지만, 지역약사회의 반발과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었다”며 “이제는 한약사들이 일반의약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대형 약국을 개설하고, 약사 개설 약국과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상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의약품 시장의 가격 경쟁이 동네 약국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큰 변화가 온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