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가 농약성분이 함유된 우롱차를 판매한 사건에 대해 “고객의 신뢰를 제일 중시하는 백화점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죄송하고 추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정 대표가 백화점 식품 안전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중동점에 입점된 드링크스토어에서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불법 수입된 차(茶)류가 조리·판매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중 우롱차에서는 구토, 설사, 복통,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살충제 성분인 디노테퓨란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해당 제품들은 식약처 수입신고 없이 대만에서 국제우편 등으로 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백화점은 이 기간 드링크스토어 2곳에서 차·음료 등 1만5890잔을 판매했고 매출액은 8000만원에 달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웰빙이라고 생각했던 우롱차가 사실은 기준 초과 ‘농약차’였다. 수입 신고 등 안전성 검증 절차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고 현대백화점도 전혀 몰랐었으며 제보되기 전에는 식약처도 모르고 있었다. 5개월간 품질 점검 모니터링이나 내부 검사도 시행되지 않았다”며 “현대백화점 정도 되는 곳에 입점되고 판매되는 음식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품질 안정성이 당연히 검증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실거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어 “우롱차 사건 3일 후에야 사과문을 냈는데 현대백화점이라는 곳에 걸맞지 않는 행태다. 사과문 며칠 뒤에는 그 자리에 다른 업체를 신속하게 입점시켜 영업했다”며 “백화점의 우선순위는 소비자의 건강보다는 소비자의 지갑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저희는 최고 수준의 품질 안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기존에 체크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제외되어 있어 체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는 백화점의 ‘특약매입’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특약매입은 입점 브랜드가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구조가 아닌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매입해 보유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에 현대백화점도 책임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특약매입 계약에서는 백화점은 단순 공간을 임대하는게 아니라 실질적인 판매 최종 책임자로 농약차에 대한 책임은 현대백화점에 있었다. 하지만 농약차 판매 이후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며 “수익에 대한 소유권은 모두 백화점으로 가고, 위험에 대한 소유는 입점 브랜드가 갖고 가는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이라고 꼬집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역시 “특약 매입은 백화점이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재고로 잡고 판매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백화점이 직접 판매하고 문제가 생기면 백화점이 책임을 진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생겼으면 백화점이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한다. 특약매입의 경우 위탁 판매하는 방식과 달리 백화점이 더 책임을 지는 방식이지 않냐”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특약 매입은 한국 유통의 독특한 구조로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영세 업체들이 백화점에 계약하기에 제일 쉬운 구조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직매입 위주라 대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특약매입은 업체들이 입점할 때 인테리어 비용, 임대료, 세금, 전기료, 수도세를 다 백화점에서 부담한다. 작은 기업들은 자본 없이 임대를 받지 않고 들어올 수 있다. 장단점을 잘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들의 교환, 환불 조치 온라인 접수를 위해 이틀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다. 이후 책임에 대해서는 40여 일 동안 전부 접수해 조치해드렸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고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진행을 하고 있다. 내부 시스템도 되돌아보고 외부전문가 영입 하는 등 여러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