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일상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집이 곧 영화관’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했던 홈프로젝터 시장이 프리미엄 홈시네마 수요와 홈퍼니싱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LG전자는 초단초점 기술과 디자인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삼성전자는 휴대성과 연결성을 앞세운 ‘편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1위 엡손이 독자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전통적으로 거실의 중심은 TV였다. 그러나 글로벌 TV 수요가 2년 연속 감소하고 프리미엄 TV 판매가 둔화되면서, 1인 가구·MZ세대 중심으로 홈프로젝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국내 휴대용·가정용 프로젝터 시장 규모는 2022년 1200억 원에서 올해 1800억 원으로 50%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역시 2033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 흐름의 키워드는 ‘프리미엄화’다. 2018년 전체 프로젝터 가운데 4K 해상도 제품 비중은 21%에 불과했지만, 2022년 48%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화면·고화질 선호가 커지면서, ‘100인치 이상 대화면’은 이제 홈프로젝터의 기본 경쟁력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OTT와 유튜브 중심의 영상 소비가 늘면서 대화면을 선호하지만 설치 제약이 있는 소비자층이 홈프로젝터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히 원룸·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공간에서 초단초점 모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LG, 초단초점·디자인 혁신으로 ‘홈시네마 표준’ 노린다
LG전자는 2018년 ‘시네빔’ 브랜드를 출시한 이후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홈프로젝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PMA에 따르면 LG전자는 국내 4K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의 68%,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G는 올해 초 CES 2025에서 프로젝터·조명·스피커 기능을 결합한 ‘3-in-1 프로젝터(PF600U)’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360도 회전이 가능해 다양한 공간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LG의 웹OS 플랫폼을 내장해 넷플릭스·유튜브 등 OTT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8월 출시한 초단초점 모델 ‘시네빔 쇼츠(PU615U)’는 벽과 40cm 거리에서 100인치 대화면을 구현한다. RGB 레이저 광원을 기반으로 4K 해상도와 45만 대 1의 명암비를 지원하며, 디지털시네마 규격인 DCI-P3 색역을 154% 충족한다. 무게는 1.9kg에 불과해 공간 제약이 거의 없다.
삼성, ‘터치되는 프로젝터’로 인터랙티브 시장 공략
삼성전자는 2011년 프로젝터 사업에서 철수했다가 2020년 ‘더 프리미어’ 시리즈로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후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더 프리스타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휴대형 ‘더 프리스타일 2세대’는 830g 무게에 180도 회전, USB-C 충전이 가능하다. 자체 타이젠OS로 OTT와 게이밍 허브를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올해 출시한 ‘더 프리미어 5’는 가정용 프로젝터 최초로 터치 인터랙션 기능을 탑재해 화면을 직접 손으로 조작할 수 있다. 게임·교육·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프로젝터를 단순 영상기기에서 ‘참여형 디바이스’로 진화시켰다는 평가다.
엡손, ‘트리플 코어 엔진’으로 화질 경쟁 본격화
글로벌 프로젝터 시장 점유율 51.7%로 24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켜온 엡손은 이날 서울 강남구 JBK컨벤션홀에서 서브 브랜드 ‘라이프스튜디오(Lifestudio)’와 함께 미니·초단초점 신제품 9종을 공개했다.
이번 신제품은 △미니 홈프로젝터 ‘EF-61/62·EF-71/72’ △초단초점 모델 ‘EH-LS670W/B’ 등으로 구성됐다.
핵심 기술은 엡손이 자체 개발한 광학 기술 ‘트리플 코어 엔진’으로, 3LCD와 3색 LED 광원을 결합해 색 재현력과 밝기를 끌어올렸다. 기존 DLP 대비 최대 3배 밝은 컬러를 구현하며 눈의 피로를 줄였다.
EF-72 모델은 TÜV 라인란드의 ‘아이 컴포트’ 5스타 인증을 받았으며, ‘Sound by Bose’ 오디오 시스템과 구글 TV OS를 탑재했다.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는 “현재 10% 초반대인 국내 홈프로젝터 점유율을 올해 말 2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세계 최초 트리플 코어 엔진을 탑재한 제품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