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은행권에 적폐청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를 계기로 확대된 은행권 적폐청산은 은행 수장의 책임성 사퇴를 이끌어 내며 이달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신입행원 채용비리 논란에 책임을 지고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당시 국가정보원이나 금융감독원, 자산가 고객 등의 자녀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은 앞서 드러난 금융감독원 채용비리와 함께 금융권 전체 채용비리 수사로 확대됐다.
특히 이러한 채용비리 문제는 전형적인 적폐로 지적되며 국민의 공분을 불러왔다. 이에 부담을 느낀 이 행장은 은행 최고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다.
이 행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먼저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같은날 적폐청산 요구가 제기됐다. 하나금융 및 자회사 노동조합은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및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과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최순실의 하나은행 인사개입, 특혜·낙하산 인사, 노조 탄압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의 뒤에는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인물이 개입됐다는 것. 이에 따라 그동안 만연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저지와 함께 법적 처벌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생존을 위해 지금 환골 탈퇴하지 않으면, 수많은 금융기관이 그러했듯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며 “하나금융의 적폐 청산을 위해 금융지주 회장을 적폐청산의 역사적 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권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한 KB금융도 적폐청산의 바람을 피하지 못 했다. LIG손해보험(현KB손보) 인수특혜 의혹을 두고 이달 들어 윤종규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됐다.
검찰은 윤 회장을 고발한 윤대영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를 지난달 말 소환해 LIG손보 인수특혜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윤 대표는 KB금융이 2014년 9월 12일 기관경고를 받아 대주주 자격을 잃었지만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내정되자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회장과 이 전 원장은 상당한 친분을 가지고 있어, 특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에 진술했다.
여기에 KB금융 노조도 윤 회장의 도덕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그룹 내 주요 이사회에서 윤 회장을 배제해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권의 적폐청산 바람은 금융권 수장들의 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장 이광구 행장의 사임을 제외해도 채용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은행법 및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더이상 금융기관이 특정 권력층들의 탐욕과 특권 유지를 위한 악용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금융권 적폐청산을 촉구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