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에 김태영 전 농협 부회장이 27일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그가 앞서 거론된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은행연합회장으로 추천된 데에 금융권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부산지역 안배이거나 금융권 올드보이의 복귀를 경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27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2차 이사회를 열고 김 전 부회장을 차기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국내 은행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후보자들의 자질·능력·경력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김 전 부회장을 단독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설명했다.
단독 추천된 김 내정자는 부산영남고등학교와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물이다. 그는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성남시지부장, 경기지역본부 은행사업 본부장, 수신부장,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신용대표이사(은행장)을 거쳐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2010년 연임에 성공하며 능력을 입증하고, 신경분리 이후 초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는 김 내정자를 “은행 등 금융업에 대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등 그는 다양한 금융경험과 깊이있는 금융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다. 다만 앞서 후보로 거론된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에 비해 특별히 뛰어난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오히려 무게감에서 일부 떨어진다는 평이 있어 금융권에서는 그의 은행연합회장 선출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그가 단독 후보로 추천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부산 출신인 그의 지역적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의 고향이 이번 정권 창출에 ‘키’ 역할을 한 부산이라는 점이 선출에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분석의 근거로 이번 정권 들어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이 모두 부산 지역 출신인 점이 제시됐다. 여기에 대선 이후 제기된 ‘부산 홀대론’에 그가 간접적 수혜를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달리 그의 은행연합회장 선출이 금융권 원로인 ‘올드 보이’ 들의 복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79세인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나 70세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금융권 원로들이 정권교체를 틈타 금융권 요직에 복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부담을 느낀 정권이 비교적 젊은 64세의 그를 은행연합회장에 낙점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마평에도 거론되지 않던 김 내정자와 달리 여타 후보자들은 흑색선전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선출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타 후보자들의 경우 은행연합회장 선출에 앞서 과거 범법 기록이 부각되는 등 도덕성에 타격을 받은 점도 그의 선출 가능성을 높였다.
한편 김 내정자는 오는 29일 열리는 사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선출되며, 3년의 임기를 보장 받게된다. 회장으로 선출된 그에게는 연봉 7억원(기본급 4억9000만원+기본급의 최대 50% 성과급)과 업무활동비, 전용 차량, 사무실, 비서 등이 제공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