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양국간 호감도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일본 호감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일본인의 한국 비호감은 10년 만에 과반을 넘어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상 압박과 ‘미국 우선주의’ 여파로 한·일 양국의 대미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린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동아시아연구원은 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API), 미국의 한국경제연구소(KEI)와 함께 조사한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한·일 양국의 상호 인식은 이번 조사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한국은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올랐지만, 일본은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 올해 한국인의 일본 호감도는 52.4%로, 지난 2013년 EAI 여론조사 시작 이후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41.8%에서 10%포인트(p) 이상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일본인의 ‘한국 비호감’ 응답은 51%로, 2015년(52.4%) 이후 10년 만에 과반을 기록했다.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24.8%에 그쳐 201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재명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일본 여론조사에서 ‘호감’ 응답은 10.5%에 불과했고, ‘비호감’은 39.2%였다. ‘잘 모름·어느 쪽도 아님’이라는 응답은 절반 이상인 50.3%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 조사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의 여론 변화는 반영하지 않았다.
양국 모두 대미 신뢰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 응답자의 30.2%가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집계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별도 조사(18.2%)보다 12%p 급등한 수치다. 일본 응답자의 44.7% 역시 미·일 관계의 미래를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긍정적”(23.6%) 응답의 두 배에 달한다.
신뢰도 하락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작용했다.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한국 73.1%, 일본 70.1%였다. 고율의 상호관세에 대한 반대 응답도 한국 80.9%, 일본 76.5%로 압도적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응답자의 45%가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3500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일부 관세를 삭감하는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해 한국 응답자의 55.6%가 반대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투자 제한 조치에도 한국 57.6%, 일본 50.3%가 각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주둔 미군 방위비 분담에 대한 불만도 컸다. 한국(53%)과 일본(56.7%) 응답자 절반 이상 “우리나라가 너무 많이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