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K-투자·백악관 직통선…‘동맹의 격’ 바꾼 한미정상회담

대규모 K-투자·백악관 직통선…‘동맹의 격’ 바꾼 한미정상회담

조선·반도체·원전 등 전략 산업 협력 확대
1500억 달러 대미 투자 성사
북핵 대화 제안·비서실장 직통 채널 구축…안보·외교 협력도 진전

기사승인 2025-08-28 06:00:08 업데이트 2025-08-28 08:07:59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기업 대미 투자를 성사시키고 조선·반도체·원전 등 전략 산업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규모 경제 성과에 더해 안보·대북 문제에서도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마련하며 한미 동맹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20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취임 82일 만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에 최적의 파트너”라며 제조업 부흥에 힘을 보태겠다고 화답했다.

회담 직후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총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투자 성격의 기존 펀드와 달리 현지 제조업 생태계에 투입되는 실질 투자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투자 규모를 기존 29조 원에서 36조 원으로 확대했고, 대한항공은 70조 원 규모의 항공기·엔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조선·원자력 등 제조업 분야에서도 11건의 기업 간 양해각서가 체결돼 본격적인 협력의 토대가 마련됐다.

국내 여론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리얼미터가 26일 실시한 조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이 53.1%로, 부정 평가(41.5%)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과로는 ‘조선업·제조업 등 경제 협력 확대’(18.0%)가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양국 정상 간 신뢰 구축’(14.0%), ‘북미 대화 진전’(13.9%), ‘한미일 협력 강화’(10.5%) 순으로 집계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6일 회담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투자 건은 산업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실질 투자로, 미국과의 산업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계기”라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도 예정 시간을 넘길 만큼 기업들의 호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안보와 대북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만나 피스메이커가 돼 달라. 저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김정은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라’는 제안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시점으로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언급했지만, 구상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대통령 비서실장 간 ‘핫라인’ 구축도 성과로 꼽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장기적 소통을 위해 와일스 미 비서실장과 직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확한 보고가 이뤄지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장 간 핫라인은 한미 외교에서 전례가 없는 조치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는 상황 같다”는 글을 올리며 파문이 일었지만, 강 비서실장이 긴급 면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며 논란은 조기에 진화됐다.

다만 현안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으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라운드테이블에서 “시장 개방을 원한다”고 언급해 향후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문제를 거론한 것도 새로운 불씨로 지목된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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