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발목잡힌 한은...성장 우려에도 ‘동결’

집값에 발목잡힌 한은...성장 우려에도 ‘동결’

서울 집값, 상승폭 줄였으나 오름세 지속
부동산·美 금리·추경 효과·관세 “확인 먼저”
올해 성장률 0.8→0.9% 소폭 상향…10월 금리 인하 가능성

기사승인 2025-08-28 11:33:50 업데이트 2025-08-28 14:05:5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8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 부진 우려가 여전하지만, 수도권 집값 안정 등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2회 연속 동결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 이후 11월에도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퐁당퐁당 금리 인하’에 나서며 경기부양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해왔다.

이번 동결 결정에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6·27 가계대출 억제 정책 이후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꺾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0.9% 오르면서 상승폭이 전주(1%) 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송파구(0.29%)·서초구(0.15%)·강남구(0.12%) 등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가 여전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6·27 대책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세적인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도 회의 의결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한미 금리차 역시 한은의 추가 인하 결정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연 4.25∼4.50%)는 한국(연 2.50%)보다 2.00%p로 높다. 한국이 나홀로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금리차가 2.25%p 이상으로 더 벌어지면서 자본 유출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부근에 머물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추가 인하는 10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FOMC 결과를 확인해 글로벌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3분기 추경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경기 흐름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9월 16~17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지난해 12월에 이어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경우, 한국은행도 금통위 결정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제약적 영역에 있으며, 기본 전망과 리스크 균형의 변화에 따라 정책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며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얼어붙었던 민간 소비 심리가 개선된 점도 금리 동결 배경이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5% 늘어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111.4)도 5개월 연속 상승해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추경 집행과 미국 관세 협상 타결로 수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은도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추경 등에 따른 소비 회복 효과와 미국 관세 협상 결과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0.1%p 올려 잡았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9%로 제시했다. 기존 5월 전망치(0.8%) 대비 0.1%p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번 전망치는 IMF·KDI(각 0.8%)보다 높고, OECD(1.0%)보다는 낮다.

다만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잠재 성장률 추정치인 1.8%(2025~2029년)의 절반에 그쳐,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9월에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융안정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추세적으로 안정될지 더 점검하는 한편 환율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의 하방 리스크(위험)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금리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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