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의 투여로 완치가 가능해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신약이 있다. 바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카티) 치료제’다. 카티 치료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암세포를 추적해 찾아내는 물질인 CAR을 장착해 유전자 변형을 거친 뒤 증식시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림프종, 다발골수종은 약물 치료 또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도 일정 기간 이후 재발할 위험이 크다. 하지만 카티 치료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등 외부 물질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만큼 치료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 카티 치료제로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있다. 킴리아는 1회 투여 비용이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이지만, 지난 2022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었다.
다양한 카티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까다로운 규제와 한정적인 적응증이 환자 치료의 장벽이 되고 있다. 현재 ‘첨단바이오법’에 따라 카티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해선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허가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의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해서 국내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기가 어렵다.
윤병우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지난 8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쿠키뉴스와 만나 “현재 한국에서 보험이 되는 카티 치료제는 킴리아 하나 밖에 없으나, 미국에선 미만성 거대 B세포 환자에 킴리아를 포함해 3가지의 카티가 사용되고 있다”며 “미국은 다른 유형의 B세포 림프종과 소포성 림프종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한국도 다른 림프종에서 카티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과 보험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 국내에서 카티 치료를 적용 가능한 혈액암 종류와 환자군은 어떻게 되나.
한국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카티 치료 환자군은 기존 치료 방식이 듣지 않거나 재발한 미만성 거대B세포 임파선암의 3차 치료,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2차 이상 치료다. 미만성 거대B세포 임파선암은 나이 제약이 없으며, 암세포가 뇌나 척수 등 신경을 침범한 경우는 불가하다. 급성 림프모구백혈병은 25세 이하로 나이 제약이 있으며, 이 역시 신경을 침범한 경우에는 카티 치료를 할 수 없다.
- 카티 치료가 기존 항암요법이나 조혈모세포 이식 대비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자가 및 동종 조혈모세 이식으로 나뉘는데, 두 경우 모두 70세 미만의 나이 제약이 있다. 둘 다 고농도 항암이 이뤄지며, 조혈모세포 생착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또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이식편대숙주 반응이 크며, 공여자와 피공여자 간의 면역 이질성으로 인해 공여된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카티 치료는 공여자와 피공여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식편대숙주의 위험이 없으며, 고농도 항암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이 적다.
- 앞으로 카티 치료가 혈액암 외에 다른 암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나.
킴리아는 2세대 카티이며, 현재 4세대 카티까지 개발됐다. 아직 치료제가 많지 않은 암종에서 카티 개발이 활발할 것으로 보이며, ROR1(Receptor tyrosine kinase-like orphan receptor 1) 항체를 타깃으로 하는 카티는 삼중음성 유방암, 비소세포 폐암 치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EGFR(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을 표적으로 하는 카티는 소아의 신경모세포종, 육종, 폐암, 대장암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 국내 카티 치료의 한계점은 무엇인가.
병원에서 카티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선 혈액내과 전문의를 포함해 전문 코디네이터 간호사로 이뤄진 인력 구성, 세포 채취 및 보관 시설 설치, 격리 시설 확보, 제약사 교육 이수 등이 필요하다. 또 카티 치료는 1인당 약 4억원에 달하는 고비용 치료인 탓에 보험 기준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고, 조금만 기준에서 벗어나면 삭감된다. 이 삭감된 금액을 전액 병원이 부담하고, 경우에 따라선 의사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의사가 카티를 의료적 관점에서 권해도 행정적 관점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티 치료를 위해선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미국 노바티스 본사에 보내 유전자 조작을 한 후 다시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이 과정에만 약 한 달이 걸린다. 그 사이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생긴다. 카티가 이상적 치료제인 것은 맞지만, 현실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직결돼 있다. 한국은 모든 의료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재정 부담 압박을 심하게 받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 카티 치료의 확대를 위해 의료계, 산업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한국도 다른 림프종에서 카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과 보험이 확대돼야 한다. 또 카티 치료제가 국산화 돼 환자들이 보다 저렴하게 쓸 수 있도록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야 하며, 치료 약제가 많지 않은 암종에서의 적응증 확장도 필요하다. 더불어 2세대 카티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면역 효과 세포 관련 신독성 증후군 등의 부작용이 있어 4세대 카티가 확대돼야 한다. 현재 4세대 카티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만큼 앞으로 산업계와 의료계가 협업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 카티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