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1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 화재가 큰 인명 피해 없이 일단락됐다.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강화된 위급상황 대비 시스템과 기관사·승객들의 초동 진화 대응이 대형 참사를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화재는 폐쇄된 지하철 내에서 고의로 불을 지른 방화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와 비교해 보면, 당시 타고 있던 승객 471명 가운데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이번 사건도 승객 규모는 비슷했다. 당시 5호선에는 승객 약 400명이 열차에 탑승해 있었다. 이날 2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 처치를 받았지만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기관사의 초동 대처와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 방식, 아울러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개선된 안전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객차 내 비상안내 방송과 함께 승객 대피도 순조롭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도시 지하철, 화재 대응 체계는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국내 다른 도시 지하철의 대응 체계도 주목받고 있다. 2003년 2월 대구 중앙로역 열차에서 방화로 인해 192명이 숨진 참사는 국내 도시철도 안전 정책에 중대한 전환점을 남겼다.
사고 직후 대구시는 바닥재, 객실 의자 등 열차 내장재를 불연성이나 난연성 소재로 교체했다. 도시철도 전 차량을 난연재로 교체하고, 자동 화재 감지 및 제연 설비를 모든 역사에 갖췄다. 동시에 CCTV를 설치하고,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 화재 대응 훈련과 시민 대상 안전 매뉴얼 안내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부산의 경우 지하철 1~4호선을 운영 중이며, 모든 열차에 CCTV와 비상통화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사건·사고를 가정한 대응 훈련을 분기별로 시행하고 있으며, 차량 내 자재도 전량 난연재로 교체했다. 다만 일부 구간의 노후 차량에 대해서는 단계적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광주와 대전은 과거 대형 사고는 없지만 방화나 테러 등의 비상 상황을 고려해 대응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보완 중이다. 특히 광주는 도시철도 2호선 개통을 앞두고, 방화·화재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있다.
“위기 대응은 반복 훈련과 시스템의 문제”
도시 철도 전문가들은 “지하철 화재 대응은 결국 매뉴얼과 훈련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다만 서울 역시 모든 역과 차량이 동일한 대응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후 차량의 내장재는 여전히 교체가 필요한 상태이며, 승객 대피 유도 장치도 차량마다 편차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중교통 내 안전 인프라 점검과 시민 참여형 훈련 강화 등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