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20년…기후위기 속 도시와 물의 전환을 말하다

청계천 복원 20년…기후위기 속 도시와 물의 전환을 말하다

기사승인 2025-06-12 06:00:08
11일 서울시청에서 ‘2025 워터서울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이예솔 기자

도시 한복판을 흐르던 하천은 한때 개발의 걸림돌로 여겨졌다. 도시의 팽창과 함께 하천은 매립되거나 덮였고, 그 위로 도로가 놓였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는 다시 물길을 되살리고 있다. 자연을 품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에서 하천 복원은 도시계획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도시들은 하천 복원을 통해 생태적 회복과 도시재생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서울시는 11일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서울시청에서 ‘2025 워터서울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피터 로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건축 및 도시설계학 석좌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국내외 전문가 14명이 발표와 토론에 참여해 △청계천 복원 20년의 성과 평가 △기후위기 시대 수변공간의 역할 재정립 △시민 중심 수변문화 정착 방안 등을 논의했다.

피터 로 교수는 “전 세계 도시들이 다시 하천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물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흐름을 강조했다. 그는 하천 복원이 단순히 경관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생태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와 런던, 로마, 상하이 등 도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물과 공존하려는 시도를 이어왔고, 이는 곧 도시의 회복력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청계천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 복원된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피터 로 교수는 “청계천은 600년 이상의 역사성을 지닌 하천이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덮이고 고가도로로 대체되며 도시가 물을 잊고 살던 시대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대 복원 이후 식생이 살아나고 수질이 정화됐으며, 조류와 생물 다양성도 회복되는 생태계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청계천은 우기에는 빗물을, 건기에는 지하수를 활용해 수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위기 시대 도시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물 관리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청계천 복원의 한계와 향후 과제에 대해 신종호 건국대학교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생태 및 자연성 증진, 역사·문화 복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하천 폭을 넓히는 도시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기존 점유자의 이전 및 철거 문제 등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재건축 시 건축 후퇴를 유도하고 공공용지를 확보하는 방식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의 방안이 제시되긴 했지만, 실제 구속력을 갖고 추진된 사례는 드물다”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나 전문가 단체가 청계천 구간을 맡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민 자원봉사 및 환경 학습 활동과 연계하는 ‘제3의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또 기후위기 속 이상기후에 대비한 방재 성능 향상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만큼 별도의 방수로를 확대해 생태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 등 대안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시청에서 ‘2025 워터서울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이예솔 기자

신 교수가 청계천 복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 가운데, 김이형 공주대학교 스마트인프라공학과 교수는 서울 전반의 물순환 구조를 되짚으며 회복력 측면에서의 정책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울은 한강이라는 대동맥을 가진 도시이자, 인공계와 자연계의 물이 공존하는 구조지만, 연결되지 않으면 순환의 고리는 사라진다”며 “서울시가 추진 중인 빗물관리 확충 사업은 예산 규모가 작고, 이를 대폭 확대해야 지류 하천의 수량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원과 녹지를 연결하는 ‘블루그린 네트워크’를 통해 물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 서울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해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물 관리 체계 구축은 해외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숀 도노반 샌안토니오강 관리청 환경과학 매니저는 “우리는 15개 지역에 대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직접 웹사이트를 통해 어류 폐사, 물 색 변화, 범람 등을 신고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지역 전문가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도노반 매니저는 청계천을 둘러본 뒤 “같은 방식으로 샌안토니오강 투어를 했더라면 어디가 청계천인지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도시 하천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가 관리하는 강의 슬로건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즐거운 강’이다. 생태, 환경, 여가 기능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300명의 임직원만으로는 모든 지역을 관리하기 어렵지만, 300만 시민과 함께한다면 모니터링의 범위와 질은 훨씬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성공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사회와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기대치를 명확히 설정하고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신 교수의 제안처럼 청계천의 미래를 위해 시민, 전문가, 교육기관이 함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해외 사례로도 읽힌다.

한편 시는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11일부터 22일까지 청계천 상류(청계폭포~광통교) 구간을 20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한다. 개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오는 13일 청계광장에선 토크콘서트가, 22일까지 청계천 일대에서는 청계천 체험행사가 열린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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