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구 여제’ 신유빈(대한항공)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2025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중국 스매시에서 파란의 주인공 주천희(삼성생명)를 돌려세우고 준결승에 올랐다.
신유빈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WTT 여자 단식 8강에서 주천희에 ‘패패승승승승’ 대 역전극으로 4-2(14-16 7-11 11-8 11-9 11-9 11-7) 승리를 기록했다. 신유빈은 준결승에 올라 세계 2위 왕만위(중국), 일본 탁구 간판 하리모토 미와(세계 6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 여자 선수가 WTT 그랜드 스매시 단식 종목 4강에 오른 건 신유빈이 사상 최초다. 신유빈은 8강에는 세 차례 오른 바 있다. 신유빈은 8강에서 올해 중국 선수 상대 전적 8전 전패 열세를 딛고 세계 4위 콰이만(중국)에게 3-2 역전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주천희와 한국 내전도 승리로 장식했다.
중국 산둥성 출신 귀화 선수인 주천희는 세계랭킹 35위임에도 이번 대회 32강에서 일본의 이토 미마(8위), 16강에서 중국의 스쉰야오(12위)를 각각 꺾는 ‘언더독 반란’을 일으키고 8강에 올라 세계 17위 신유빈과 만났다.
신유빈은 주천희에게 첫 두 세트를 헌납하면서 다소 고전했다. 주천희는 첫 게임 10-7 게임 포인트를 만들고도 신유빈의 맹추격에 흔들리면서 듀스를 허용했으나, 랠리 끝에 16-14로 가져가며 기선을 잡았고, 2게임마저 따내며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섰다. 신유빈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세 번째 세트부터 과감한 공세로 전환한 신유빈은 주천희의 허점을 파고들며 승부의 흐름을 바꿨다. 8-8로 접전을 이어가던 3세트서 신유빈은 상대가 받기 까다로운 회전량 많은 서브와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11-8로 승리했다.
4세트에 들어서도 신유빈은 7-4 리드를 잡은 이후 10-5로 앞서가면서 게임 포인트를 만들었다. 신유빈은 주천희에게 연속 4실점 하며 10-9, 1점 차로 쫓겼으나 한 점을 추가하며 세트를 마무리했다. 세트 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선 5세트서도 9-6으로 앞서다 주천희의 추격에 휘말려 9-9 동점을 허용한 신유빈은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면서 11-9로 승리, 3-2로 우위를 점했다. 여세를 몰아 6세트서도 10-7 매치 포인트에서 마지막 점수를 따내면서 ‘패패승승승승’ 대역전 드라마의 종지부를 찍었다.
한편 그랜드 스매시는 WTT 대회 중 세계선수권을 제외하면 가장 인기 있는 대회로 손꼽힌다. 단식 종목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본선 64강부터 시작한다. 단식 우승자는 랭킹 포인트 2000점을 주고, 결승 1400점, 준결승 700점이 부여한다. 상금 면에서도 단식 챔피언에게 지급하는 13만5000달러(약 1억9000만원)를 포함해 총상금 205만달러(약 29억원)가 걸려 있어 개인 랭킹 점수와 상금 모두 최상위급 대회 면모를 갖췄다.
신유빈은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그랜드 스매시 4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랭킹 포인트 700점을 확보했다. 이번 대회가 끝난 이후 신유빈의 세계 랭킹 또한 수직 상승이 기대된다. 현재 1565점으로 세계 17위인 신유빈은 700점을 보태면 2265점으로 일본 하야타 히나(1985점)를 제치고 13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