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로브스카이트 나노물질은 높은 결함 내성과 우수한 광학 특성으로 태양전지와 LED 등 차세대 광전소자 재료로 꼽힌다.
그러나 할로겐 용매나 강한 빛 등의 환경에서 물성이 바뀔 수 있어 페로브스카이트의 광유발 반응을 실시간 정밀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측정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초고속 분광기술은 측정 시간이 수십 분~수 시간 소요돼 시료의 화학적 조성이나 구조가 변하는 물질은 관측할 수 없었다.
페로브스카이트 빛 반응 순간포착
기초과학연구원(IBS) 조민행 분자분광학및동력학연구단장과 고려대 물리학과 윤태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물질의 초고속 동역학 변화를 포착하는 기술을 개발. 물질 내부에서 일어나는 극미세 변화와 전하 생성 및 소멸은 물론 일시적으로 머무는 현상까지 실시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비동기 간섭 계측형 순간흡수분광법(AI-TA)’를 자체 개발했다.
이 기술은 두 개의 정밀한 레이저로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펨토초(100조분의 1초)부터 수십 분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실제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물질이 빛을 받을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구조변화, 전하이동 현상 등 복잡한 물리화학적반응을 이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관찰했다.
또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가 염소 함유 용매 클로로포름과 반응하며 내부 조성이 빠르게 바뀌는 과정을 실시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밴드갭이 넓어지고, 들뜬상태의 전자가 빠르게 이완되는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것도 확인했다.
이 현상은 물질의 성능과 효율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아울러 연구팀은 나노크기 얇은 판구조 물질들이 빛을 받으며 서로 뭉치는 응집현상을 관찰하고, 이 과정에서 나노판 응집 정도에 따라 들뜬상태의 에너지 손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해 물질의 구조 변화와 광학적 반응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조 단장은 “이번 연구는 물질이 빛을 받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뿐만 아니라 반응 도중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동시에 볼 수 있다”며 “복잡한 나노 세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AI-TA는 주파수 영역에서 매우 정밀한 측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광주파수 빗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고, 펨토초 시간척도에서 분자반응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분해 분광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IBS 한기림 박사는 “AI-TA는 빛을 포함한 여러 요소에 의해 변질될 수 있는 신소재 물질 및 다양한 화학물질의 동역학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며 “이번 실험은 AI-TA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첫 번째 시도로, 차세대 광전소자, 양자소자 개발 및 여러 화학반응에 적용될 응용 연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4.7)’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