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할인 연계 보조금, 제조사 부담·시장 왜곡 ‘부메랑’ 우려

전기차 할인 연계 보조금, 제조사 부담·시장 왜곡 ‘부메랑’ 우려

정부, 할인액 최대 40% 추가 지원…실구매가 1000만원 이상 낮아져
국산차·저가차에 혜택 집중, 수입차·프리미엄차는 사실상 배제
업계 “단기 효과 불과…장기적으론 제조사 수익성·산업 생태계 악화”

기사승인 2025-06-13 06:00:08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차 제조사 할인과 연계한 추가 보조금 정책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제조사 부담과 산업 구조 왜곡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 판매 촉진 효과 이면에 제조사 부담과 산업 구조 왜곡 등 부작용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제조사가 차량 가격을 인하하면 할인액의 최대 40%까지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5000만원대 전기차를 600만원 할인하면 정부가 240만원을 추가 지원해 실구매가가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아이오닉 5, EV6 등 13개 전기차 모델에 100만~5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제조사 할인, 추가 보조금, 지방자치단체 지원까지 더하면 소비자 체감 가격은 1000만원 이상 낮아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제조사와 산업 전반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2024년 전기차 시장에 대한 주요 분석을 보면 지난해 1~9월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에 그쳤다. 2023년 전체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7.3% 감소했다. 그동안 정부의 보조금이 판매를 끌어올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 자동차(상용차 포함)는 164만6000대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14만6947대로 전체의 8.9%에 불과하다. 국내 전기차 판매는 지난 2022년 이후 매년 감소세다. 2022년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63.7% 증가한 16만 4324대를 기록한 이후 2023년 16만 2625대, 2024년 14만 6947대 등으로 줄었다. 등록 비중도 △2022년 9.7% △2023년 9.2% △2024년 8.9% 등으로 2년 새 0.8%포인트(p) 감소했다.

특히 제조사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데, 정부 정책에 맞춰 대규모 할인을 시작하면 제조사 마진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이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차 개발 여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현대차·기아 등은 중국 BYD 등 저가 전기차 공세에 맞서기 위해 할인 폭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씨는 “할인액이 커질수록 정부의 추가 보조금 지급액도 늘어나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진다”며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매칭 보조금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이 일부 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 D씨는 “전기차 캐즘으로 몇 년 동안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이 더해진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인 수입차의 경우 강제적인 정책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보조금은 차량가 5300만원 미만 전기차에만 최대 580만원 전액이 지급된다. 반면 중대형 프리미엄 전기차와 상당수 수입 전기차는 절반 이하인 290만원만 지원받는다”며 “혁신기술보조금, 충전인프라보조금, 이행보조금 등 세부 항목이 국산차에 유리하게 설계돼 신생 전기차 브랜드나 중저가 수입차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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