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탄’처럼 정확하고 효과적”…ESMO 달군 ‘ADC’

“‘유도탄’처럼 정확하고 효과적”…ESMO 달군 ‘ADC’

ADC 치료 영역 확장 가능성 확인
엔허투, 파드셉 임상결과 발표…생존율 향상
리가켐바이오 ‘LCB14’ 최대 투약에도 내약성 양호
국내 바이오텍 약진…글로벌 빅파마와 잇단 기술이전

기사승인 2025-10-21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세계 최대 규모의 종양학 학술대회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를 뜨겁게 달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앞다퉈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ADC는 단순한 유망 기술을 넘어 항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17~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ESMO에서 ADC 관련 연구가 418건 발표되며 전체 발표 주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타깃에 대한 임상 성과들이 다수 공개되며 ADC의 치료 영역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ADC는 암세포를 탐색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페이로드(독성약물)가 연결체인 링커(접합체)를 통해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차세대 항암제다. 특정 표적 세포에 약물을 전달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정확하고 강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으로 ‘유도탄 항암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ADC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ADC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가 출시 5년 만에 수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실적을 내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0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에서 8년 만에 10배로 성장해 2023년 약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됐다. 오는 2028년까지 280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될 만큼 전망이 밝다.

엔허투는 이번 ESMO에서도 주목받았다. 발표된 연구(DESTINY-Breast 05)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기존 표준 치료인 ‘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 대비 재발 위험 감소와 생존 기간 개선 혜택을 입증했다. 또 수술 전 보조요법에 있어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을 기존 표준 치료 대비 향상시키며 잠재적 완치 가능성을 제시했다.

주요 1차 평가변수인 침습적무질병생존율(IDFS)에 있어 엔허투는 T-DM1 대비 암의 국소 또는 원격 재발 및 사망 위험을 53% 줄였다. 3년 침습적무질병생존율(IDFS)은 엔허투 투약군 92.4%, T-DM1 투약군 83.7%로 나타났다. 주요 2차 평가변수인 무질병생존율(DFS)에서도 모든 형태의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53% 줄이며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프레지덴셜 심포지엄(Presidential Symposium)에선 MSD(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아스텔라스·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넥틴-4 표적 ADC 신약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의 병용요법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병용요법은 근육침습성 방광암 환자의 생존율을 기존 치료 대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선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의 파트너사인 익수다테라퓨틱스(익수다)가 HER2 타깃 ADC 파이프라인 ‘LCB14’(익수다 코드명 IKS014)의 글로벌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임상은 HER2 발현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호주에서 진행 중인 1상 용량(파트1) 증대 연구다.

연구 결과, 기존 엔허투에 불응성인 환자들을 포함한 유방암 환자군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64%가 확인됐다. 90㎎/㎡ 이상 용량을 투여받은 11명의 유방암 환자 중에선 7명이 반응을 나타냈으며, 이 중 3명은 엔허투를 투여받은 이력이 있었다. 또 HER2 양성 식도암 환자 10명 중 5명에서도 반응이 관찰됐고, 1명은 완전관해(CR)를 보였다. 특히 최대 120㎎/㎡(약 3.2㎎/㎏) 용량까지 투여해도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고, 이상반응은 대부분 1~2등급 수준으로 경미했다.

익수다는 향후 두 번째 용량 확장 연구(파트2)에서 엔허투 불응 환자와 HER2-low 유방암, HER2 양성 위암·위식도접합부암, HER2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결과는 리가켐바이오의 중국 파트너사 포순제약을 통해 진행된 1상 임상에서 확보한 긍정적 데이터에 이은 것으로 포순은 현재 중국에서 2·3상 임상을 병행하고 있다. 1상 임상은 내년 하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가 지난 2023년 존슨앤존슨에 기술이전한 TROP2(영양막 세포 표면 항원-2) 타깃 ADC ‘LCB84’까지 고려하면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LCB84는 내년 글로벌 임상 2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26년에는 LCB84의 임상 2상이 본격화되며 약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 유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ADC 개발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ADC를 개발하는 국내 상장사에는 리가켐바이오를 포함해 △에이비엘바이오 △인투셀 △큐리언트 △지놈앤컴퍼니 △종근당 △GC녹십자 △동아에스티 △삼진제약 △셀트리온 △에스티팜 등이 있다.

바이오텍의 약진도 이어진다. 오는 11월 코스닥 상장을 앞둔 에임드바이오는 잇따라 글로벌 빅파마들과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하며 ADC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지난 15일엔 Topo1(토포아이소머레이즈1) 저해제 페이로드를 적용한 신규 타깃의 ADC 파이프라인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 했다. 총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을 합산한 최대 9억9100만달러(약 1조4000억 원)다. 양사는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공동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배경에는 시간 선점을 통한 구조적 우위 확보 의도가 있다”며 “기술 혁신은 경쟁 구도에서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역전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자 ADC 플랫폼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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