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한 번으로 논문 6만 편 대신할 신약개발 연구'… KAIST 학부생이 제1저자로 참여

'실험 한 번으로 논문 6만 편 대신할 신약개발 연구'… KAIST 학부생이 제1저자로 참여

KAIST-충남대-IBS, 효소 저해분석 핵심 매개상수 새로운 접근법 제시
신약개발 식품안전, 실험설계 효율 획기적 개선

기사승인 2025-06-15 12:00:05
약물 저해효과 예측 분석법 연구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KAIST 장형준 학사과정(왼쪽 세번째)와 IBS 의생명수학그룹 송윤민 박사(왼쪽 두번째), 공동 교신저자인  충남대 김상겸 교수(왼쪽 첫번쨰), 김재경 KAIST 교수(오른쪽), (왼쪽 위)윤휘열 충남대 교수(공동저자). KAIST

KAIST 학부생이 저명 국제학술지에 신약개발에 관한 연구논문을 제1저자로 게재해 화제다.

KAIST 융합인재학부(수리과학과 복수전공) 4학년 장형준 학생이 한 번의 실험으로 약물 저해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분석법 개발에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팀이 충남대 약대 김상겸 교수팀,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그룹과 공동연구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기존 신약 개발에서 수많은 농도 조건으로 반복 실험해 약물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저해상수를 추정하는 방식을 단 한 번의 실험으로 대신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논문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개재됐다. 

저해제 메커니즘. 저해제는 효소나 기질-효소 복합체에 저해제가 결합해 생성물의 생성을 지연하거나 억제한다. KAIST

공동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링과 오차지형 분석으로 정확도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 저해제 농도를 제거하고, 단 하나의 농도만으로도 저해상수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법 ‘50-BOA’를 제안했다. 

50-BOA는 단 하나의 저해제 농도만으로도 저해상수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어 실험 횟수를 크게 줄이면서도 오히려 정확도를 높인 획기적인 기법이다.  실제  이 기법을 실험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기존보다 75% 이상 실험효율이 향상됐을뿐 아니라 정확도도 개선됐다.

50-BOA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다양한 저해제 농도를 사용하는 대신 단일 농도만을 사용하여 저해상수 추정의 정확도와 효율을 개선한다. KAIST

이번 연구는 반복 실험에 따른 자원 소모를 줄이고 해석 편차를 최소화함으로써, 신약 개발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수학적 접근이 생명과학 실험설계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저해상수는 약물 효과뿐 아니라 병용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약물상호작용을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 개발과정에서 약물상호작용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저해상수를 포함한 효소 저해특성을 사전에 평가할 것을 권고한다.

전통적인 저해상수는 다양한 기질 및 저해제 농도에서 측정된 대사 속도데이터에 수학모델을 적합해 추정했다. 그럼에도 동일 기질-저해제 조합에 대해 연구마다 추정 값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사례들이 보고되는 등 신약 개발과정에서 약물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상존했다.

연구팀은 저해상수 추정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방식에서 활용되는 데이터의 절반 이상이 실제 추정에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왜곡을 초래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저해제 농도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충분히 높은 저해제 농도 하나에서 추정한 결과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낮은 저해제 농도(위)와 충분히 높은 농도(아래)를 사용했을 때의 저해상수 추정 결과 비교. 낮은 농도를 사용할 경우 추정 오차가 낮은 영역이 너무 넓어 실제 저해상수와 100배 차이가 나는 저해상수 값도 실제 데이터를 잘 예측한다. 따라서 저해상수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 반면, 충분히 높은 농도를 사용하면 추정 오차가 낮은 영역이 좁아져 저해상수를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KAIST

또 연구팀은 이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엑셀 기반 사용자 친화적인 분석 소프트웨어도 개발자 플랫폼인 깃허브(https://github.com/Mathbiomed/50-BOA)에 함께 공개했다.

충남대 김상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십 년간 정형화된 약물 실험 설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들었다”며 “단순한 실험 효율 향상을 넘어 약효와 부작용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AIST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실험 설계를 바꾸고,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효율성과 재현성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논문명 : Optimizing enzyme inhibition analysis: precise estimation with a single inhibitor concentration / 저자 : 장형준 (KAIST 융합인재학부, 공동 제1저자), 송윤민 (IBS 의생명수학그룹, 공동 제1저자), 전장수(충남대 약대 연구교수, 공동저자), 윤휘열(충남대 약대 교수, 공동저자), 김상겸(충남대 약대 교수, 교신저자),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신저자)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0468-z)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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