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보험사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나손보‧캐롯손보가 각각 대면 영업과 합병으로 해결책을 마련한 가운데, 남은 디지털보험사들은 규제 차등 적용 등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로 온라인 채널(CM)로 보험을 판매하는 5개사(카카오페이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신한EZ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전년 대비 평균 14%포인트(p) 하락했다. 회사별로 보면 신한EZ(+181.2%)를 제외한 카카오페이(-126.5%p), 캐롯손보(-87.7%), 교보라플(-32%p), 하나손보(-4.8%p)에서 모두 감소했다.
디지털보험사 가운데 당국의 건전성 규제 기준인 150~130%에 미달하는 곳은 없다. 지난 2023년 도입된 IFRS17 회계제도는 앞으로 20년간 들어올 보험료와 지급할 보험금을 모두 예측해 필요한 자본의 150%를 준비하도록 건전성을 규제해 왔다. 최근에는 기준을 130%로 완화했다.
디지털보험사들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지난 2013년 교보라플의 출범 이후 12년 동안 5개 디지털보험사가 한 유상증자 총액은 1조5000억원 이상이다. 교보라플은 3690억원, 캐롯손보는 5055억원, 하나손보는 3750억원, 카카오페이손보는 2000억원, 신한EZ손보는 1000억원을 증자했다.
실적이 양호하면 유상증자 없이도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디지털보험업계는 손실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5개사의 연간 영업손실은 총 1905억원으로 2000억원에 육박했다. 회사별로는 신한EZ -174억원, 카카오페이손보 -481억원, 교보라플 -254억원, 하나손보 -338억원, 캐롯손보 -381억원 등이다. 지난해 5개사 연간 당기순손실은 1888억원으로 영업손실의 99% 수준이다.
국내 보험 시장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디지털전환이 더디다. 교보라플이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취합한 각 업권 자료를 보면, 보험을 제외한 업권에서는 디지털 채널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2024년 기준 은행 신용대출(78%)과 증권계좌 개설(89%), 신용카드 발급(55%) 등이었다. 반면 생명보험 가입은 0.2%, 손해보험 가입은 6.7%에 그쳤다.
이에 캐롯손보는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으로의 합병이 결정됐고, 하나손보는 지난해 말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 중심 대면영업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했다. 사실상 교보라플‧신한EZ‧카카오페이손보 3곳이 디지털보험사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인가를 통신전문보험업으로 받아 온라인 채널만으로 보험을 판매하지 않아도 되는 곳은 신한EZ 뿐이다.
보험 계약을 맺으면 보험사는 신계약을 확보하는 데 든 비용 등을 추산해 필요한 금액을 추정하고, 그에 맞춰 자본을 쌓는다. 디지털 보험사는 설계사 없이 온라인과 통신으로만 영업해 비용이 적을 것 같지만, IT 운영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적지 않다. 황성환 신한EZ손해보험 디지털전략실장은 “시스템 구축 비용을 반영하면 건전성 지표가 절반이 된다”며 “이를 균등상각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전성 규제 차등도 요구했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에는 건전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나, 고객 수가 많지 않은 회사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석 교보라플 대표이사는 “소형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 100%와 150% 차이가 100~200억원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빠르게 증자해 해결할 수 있는 규모고 디지털 보험사 모두 모회사가 있기 때문에 건전성 기준을 낮춰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 실장은 디지털 보험사에 대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본 규제의 유연성을 완화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인가 조건을 온라인 판매로 제한하지 말고 디지털 기반으로 한 보험상품 판매사 등으로 확장하는 방법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