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비용을 낮출 수 있으면 뭐든 해야죠. 2만원짜리 치킨 하나 팔면 8000~1만원은 남아야 가게가 유지되는데,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2만원 짜리를 팔 때 1000~2000원 남아요. 2만원 짜리 세트 만드는 데 경비 제외하고 원가만 1만~1만2000원 들어요. 남은 금액 중에 배달비랑 중개수수료 쓰면 남는 게 없어요.”(서울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랜드 독점 유치를 위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 가격에 변동이 없다면 괜찮겠지만, 추후 독점 운영으로 선택지가 줄어들거나,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높아진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죠.”(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 B씨)
교촌치킨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과 협약으로 이르면 다음달 2위 배달앱 쿠팡이츠에서 빠진다. 가맹점주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지만, 독점 우려와 소비자 불편 등 다양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는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배민온리’ 협약을 체결하고, 배민 플랫폼 이용 시 수수료를 감면받는 대신 쿠팡이츠에서는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배민이 가맹점주에게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를 낮춘다. 다만 쿠팡이츠에서는 점주 선택에 따라 입점을 철회한다는 내용이다. 요기요와 땡겨요, 공공배달앱 등에서는 점주들이 계속 판매할 수 있다.
현재 배민 입점 점주는 매출에 따라 2~7.8%의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교촌 가맹점주는 쿠팡이츠에서 철수하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그대로 운영을 유지하면 기존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구체적인 수수료 인하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해당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이번 결정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특정 배달 플랫폼과의 협약을 통해 경쟁사에서 철수하는 첫 사례로, 배민이 쿠팡이츠의 급성장에 대응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4월 쿠팡이츠의 평균 사용자는 108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성장률은 75.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 사용자는 2238만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출시된 쿠팡이츠가 2010년 출시한 배민의 성장률을 단기간에 따라잡고 있는 셈이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수수료 인하에 긍정적이지만,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교촌치킨 가맹점주는 “높은 배달앱 사용료 등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배달앱에 가입하지 않으면 주문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쿠팡이츠도 사용자가 많아지고 있어 지켜보다가 수수료율 인하가 큰 쪽으로 가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배달 플랫폼 매출 중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4%로, 전년 동월(17.1%) 대비 6.9%포인트(p) 상승했다.
영업비용 중 온라인플랫폼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10.8%에 달했다. 플랫폼 수수료는 △배달수수료(39.2%) △중개수수료(30.8%) △광고수수료(19.7%)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치킨 업종의 플랫폼 수수료는 17.5%로 인건비(15.2%)를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배달 플랫폼 간 프랜차이즈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은 수수료 인하를 요구는 이미 빗발치고 있으며 배달업체들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독점 유치를 위한 경쟁은 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정 브랜드의 독점 우려와 소비자 불편을 감안할 때,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번 협업이 가맹점주의 수수료율을 낮추고 소비자가격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다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독점 운영으로 쿠팡이츠 등을 사용하던 소비자는 불편해지고 추후 독점 운영으로 인한 가격인상이 나타날 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