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시행, 출산율 반등에 도움될까…“근로시간 단축, 긍정적 영향”

주 4.5일제 시행, 출산율 반등에 도움될까…“근로시간 단축, 긍정적 영향”

기사승인 2025-07-13 06:00:09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근로시간의 전반적인 단축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학술지에 실린 ‘근로시간 분포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결합시계열분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는 “근로시간에 관한 정책이 개인과 가정의 출산의사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인 중 하나임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00~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의 불균형 패널자료를 바탕으로 결합시계열분석을 수행했으며, 총근로시간의 영향이 통제된 상태에서 확인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1주일 근무시간이 20시간 이상 40시간 미만 노동자 비율이 많아질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시간 노동과 20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이 공존하는 양극화된 환경보다는 노동시장 참여자의 전반적인 노동시간이 20~40시간으로 낮아질 때 출산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남성의 근로시간 단축도 출산율과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주당 40시간 미만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여성과 남성 모두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간 출산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 주체가 여성이라고 보고, 여성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 이번 연구는 남성의 근로시간 단축 역시 가정 내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 분배 개선을 통해 출산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출산율 제고에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근로시간은 자녀 출산과 양육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점진적으로 감소해왔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보다 긴 수준이다. 2023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 1742시간보다 130시간 많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주 40시간 노동 규범의 확립이나 남성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지원 확대는 일·가정 양립은 물론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적합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4.5일제’가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남 교수는 “4.5일 혹은 4일제 같이 전반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시장 참여자 전반이 평균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때 출산율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주 40시간(최대 52시간)에 대한 예외업종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직종 및 업종에 대한 예외적 조치라고는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고 다수의 노동시장 참여자들은 장시간 노동 상태에 머물게 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본지에 “출산율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주 4.5일제 시행이 출산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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