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김밥 밈에 소비 반응↑…식품업계, ‘케데헌 효과’ 주목

라면·김밥 밈에 소비 반응↑…식품업계, ‘케데헌 효과’ 주목

기사승인 2025-08-01 06:00:07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걸그룹 헌트릭스가 라면을 먹고 있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이 식품업계에도 번지고 있다. 별다른 협찬이나 간접광고(PPL) 없이 콘텐츠 속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음식 장면이 SNS 밈으로 확산되며 소비자 반응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의도치 않은 홍보 효과를 얻은 일부 기업은 이를 계기로 이벤트 등 후속 대책도 검토 중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데헌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가운데 역대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약 40개국에서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고, 누적 시청 수는 2억 회를 넘겼다. K팝 걸그룹이자 귀신 사냥꾼인 ‘헌트릭스’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 속에선 김밥, 순대, 호떡, 국밥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특히 주인공이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베어 먹는 장면은 ‘김밥 한입 먹기 챌린지’로 이어지며 SNS상에서 밈으로 확산됐다. 이 외에도 컵라면 ‘신(神)라면’, 새우깡을 연상시키는 감자칩, 불닭소스처럼 보이는 매운 양념, 삼립호떡을 떠올리게 하는 간식 등 실명을 쓰지 않았지만 특정 제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등장했다.

실제로 극 중 컵라면은 ‘신라면’이라는 이름이 명시돼 있으며, 브랜드는 실제 농심 로고를 떠올리게 하는 ‘동심’으로 표현된다. 다만 상표 한자는 ‘辛(매울 신)’이 아닌 ‘神(귀신 신)’을 사용해 극 중 세계관에 맞췄다.

이 같은 장면은 실제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 리딩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이 지난 6월20일 케데헌 공개 이후 한 달간(6월20일~7월19일)의 관광 소비 데이터를 전월 동기와 비교한 결과, 싱가포르 관광객의 한식 거래액은 157%, 미국 관광객은 61% 증가했다. 아시아·태평양(APAC)과 미주 지역 전반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한 셈이다.

농심은 해당 콘텐츠 공개 이후 별다른 마케팅 비용 투입 없이 글로벌 인지도 상승효과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SNS 밈과 연계한 이벤트 기획 등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다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고, 콘텐츠 화제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실질적 수치 확인까지는 시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인공 조이가 매운맛 과자를 먹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 밖에도 SPC삼립, 풀무원, 삼양식품 등도 작품 속 장면을 통해 자사 제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되면서 간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SPC삼립은 호떡, 삼양식품은 불닭소스를 각각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인해 브랜드가 회자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이나 소스를 활용한 먹는 장면 패러디 콘텐츠가 (영화 공개 이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식품업계는 이같은 콘텐츠 반응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엔 현실적인 제약도 뒤따른다는 입장이다. 자연발생적인 홍보 효과가 반갑기는 하지만, 기업 마케팅 관점에서 법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장면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안에 자발적으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제품과 콘텐츠 사이에 명시적인 협찬이나 계약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지식재산권(IP) 이슈가 생길 수 있다”며 “소비자 반응은 크지만, 콘텐츠를 직접 활용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콘텐츠에서 본 음식이 실제 제품으로 출시될 경우 기대감과 흥미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해당 장면이 만들어낸 화제성 덕분에 브랜드는 마케팅 비용 없이 주목을 받는 것이고, 이는 단순 매출 효과를 넘어 K-푸드 전반의 영향력과 인지도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스타 마케팅이나 협찬 중심의 PPL이 주요한 방식이었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그런 노출 방식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장면이 자연스럽게 밈으로 번지고, 시청자가 스스로 따라 해보고 싶게 만드는 흐름이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기업들이 빠르게 반응해 상품화하거나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소비자도 재미와 호기심을 느낀 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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