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엇갈렸다.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주요 사업 부문의 성장으로 성장세를 펼쳤지만,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투자자산 손실 여파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요인으로 정책 가시화 여부를 꼽았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KB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1903억원이다. 전년 동기(1조1538억원) 대비 3.16%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개별 실적은 엇갈렸다.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은 성장세를 시현했다. 반면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이익 개선에 실패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이 2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급증했다. 수수료 수익이 IB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4166억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아울러 자기매매 부문도 19.6% 늘어난 4189억원으로 뛰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기매매 손익 및 인수주선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라며 “반면 판관비는 감소함에 따라 상반기 순이익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10% 오른 4651억원의 반기 순이익을 냈다. IB 부문이 3344억원의 수익을 올려 실적 제고를 이끌었다. 더불어 △회사채 대표주관 2위 △여전채 대표주관 1위 △유상증자 주관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의 유상증자,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은 호텔신라와 메리츠금융지주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등 대규모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비교적 신생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 1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7% 급증했다. 비이자이익과 수수료손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 209.8% 오른 396억원, 158억원을 기록한 점이 주요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첫 분기만에 회사채, 여전채, 유동화증권 등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성과”라고 말했다.
반면 KB증권은 실적 제고를 이루지 못했다. KB증권의 반기순이익은 3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줄었다. KB증권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의 선제적 충당금 반영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나증권도 마찬가지다. 하나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18.6% 급감한 1068억원의 반기 순이익을 냈다. 특히 2분기 순이익은 315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58.2% 급감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금리연초효과에 따른 트레이딩 부문 수익 둔화와 해외 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손실 인식이 있었다”며 “각 사업부문 꾸준한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의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요인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추진력으로 본다. 상반기 실적에 높은 비중을 차지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정책 기대감에 올랐기 때문이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직전 분기 대비 26.8% 증가한 23조6000억원을 기록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11.8%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정책 모멘텀 여부는 증시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8%(126.03p) 급락한 3119.41로 주저앉았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강화와 배당소득 과세부담 확대 방안을 담아 투자 심리가 위축된 여파로 해석된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결국 세제개편안이 발표됐고,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일반주주 보호 정책이 얼마나 빨리 가시화되는지가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상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회부된 상황이다.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상법 개정안은 처리될 것”이라고 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법개정 등 정부 정책은 궁극적으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 자본시장 선진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장기업 투명성 제고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 증시를 재평가할 만한 요인”이라며 “이는 증권업의 재평가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