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면 [권태준의 ‘경제법 이야기’]

남북교류협력,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면 [권태준의 ‘경제법 이야기’]

기사승인 2025-09-22 09:00:04
약 20년 전 남북관계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었다. 2004년에는 개성공단이 출범했고, 기업들이 하나둘 북한으로 향했다. 2007년 10·4 선언이 이어졌고, 그 해 약 53만 명이 남북을 오갔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흘러간 옛이야기가 됐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남북 왕래 인원은 급감했다. 2015년에는 약 27억 달러 규모의 물자 반출입이 있었지만, 2016년 개성공단 중단과 함께 남북 간 인적 교류와 물자 교류는 사실상 완전히 끊어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가 주목된다. 북한의 태도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이에 남북교류협력 복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남북경협 테마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을 과거처럼 복원하려면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태도를 바꾼다 하더라도 남북교류협력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회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정책적 일관성을 잃었던 점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민간 입장에서 대북사업은 본질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정부가 민간의 참여를 장려하려면, 대북사업에 내재된 위험을 ‘보통 국가’와의 경제교류 수준으로 최소화하겠다는 목표와 이를 일관되게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남북교역, 개성공단 같은 굵직한 협력사업은 모두 우리 정부의 결정으로 중단됐다. 금강산 관광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피격된 사건에 따른 것으로서 불가피하게 중단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관광 재개를 원한다면 남측 국민이 수긍할 만한 신변안전 보장 방안을 내놓았어야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런 약속은 없었다.

반면 남북교역과 개성공단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남북교역은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5·24 조치’로 중단됐다. 그러나 1999년, 2002년 연평해전 때에도 교류는 지속됐다. 서해상 무력도발이 육로 교역과 직접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중단됐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2006년, 2009년, 2013년에도 핵실험을 했다. 2013년 핵실험 이후 북한이 먼저 남측 인원의 출입을 제한하며 공단을 중단시켰을 때, 우리 정부는 협상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서>를 체결했고, 공단은 다시 안정됐다. 합의서에는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약속이 명시됐다. 그럼에도 2016년 정부는 핵실험을 이유로 공단을 전격 중단시켰다.

이 같은 조치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대북사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는 우리 정부”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개성공단에서만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금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잃고 큰 타격을 받았으며, 일부는 도산했다. 정책금융기관들도 대출 채권을 여전히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최근 남북교류협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위험 요인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가 생기더라도 민간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남북교류협력이 과거처럼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동시에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남북교류협력은 영영 한때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만 남을 것이다. 북한의 행동을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 정부의 행동만큼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필자는 과거 개성공단 주재원으로 남북교류의 현장을 함께했다. 지금도 송악산의 산세가 눈에 선하다. 개성에서 만났던 북한 사람들과 언젠가 다시 만나 안부를 묻고 이야기 나눌 날을 기다린다.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변화에 머지않아 북한도 화답하기를 기대한다.

권태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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