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2일 열렸다. 구속 여부는 통일교 의혹 수사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자 정치권을 흔들 변수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심문을 진행했다. 한 총재는 오후 12시53분 법원에 도착했지만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 총재가 2012년 단독으로 총재직에 오른 뒤 범죄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오후 4시30분에는 정원주 전 비서실장의 영장심사가 이어졌다. 정 전 실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특검은 검사 8명을 투입해 420여쪽 의견서와 220여쪽 PPT 자료를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특검은 한 총재에게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 제공 △교단 자금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명품 제공 △증거인멸교사·업무상 횡령 등 네 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횡령,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이번 심사 대상이다. 반면 신자들의 조직적 당원 가입을 통한 정당법 위반 의혹은 아직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총재는 이달 초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하다가 17일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다만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통일교 측은 “고령·건강 문제로 구속은 회복 불가능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도 없어 불구속 수사가 가능하다”고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검은 이번 심문에서 한학자의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진술에 의존하기보다 내부 문건, 교단 기록 등 물증을 중심으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수사팀이 확보한 물증과 법리적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종교단체 고위 인사의 신병을 확보하게 되면 특검 수사에 동력이 붙고, 내부 관련자들의 진술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내용 외에도 입단 과정이나 추가 정황에 관한 새로운 진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늦어도 다음 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특검은 정당법 위반 의혹을 계속 수사 중이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와 당원 명부 DB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했지만 당의 반발로 영장 집행은 중단됐다. 특검은 “추가 압수수색 일정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