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 로드맵을 공개하며 제도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환자·병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추진방향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방향이 발표됐다.
간병비 급여화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제시한 핵심 공약으로, 최근에는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내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2030년까지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100%에서 30%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위험군 환자를 돌볼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500곳까지 확대한다. 의료중심 요양병원은 기준 병실·병동과 간병 인력을 갖춘 기관이 선정된다.
정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선정하기 위해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 수용 가능 여부 △질 높은 간병 서비스 제공 가능 여부 △총 의료수익 대비 비급여 비중 △국가 보건정책 대응 가능 여부 등의 평가 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환자의 의료 필요도를 판단하고 주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오는 25일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별 기준과 간병 인력 수급·관리 방안을 정리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올 연말에 간병비 급여화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를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자 요양병원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의 안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며 사회 비용을 키우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공청회에서 “간병비 급여화 로드맵을 보고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환자와 보호자, 병원을 위한 길이 아닌 간병인 처우 개선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은 간병비 급여화와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가 500곳만 지정하면 나머지 800여 곳의 대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병비 급여화와 함께 요양병원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의 비중증 환자 사회적 입원 억제 계획이 의료법과 충돌해 요양병원이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요양병원장은 “정부의 의료중심 요양병원은 통합돌봄과 연계해 비중증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계획이지만 안전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퇴원 뒤 상태가 악화됐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입원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요양병원은 선택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계의 반대 의견에 복지부는 아직 간병비 급여화를 위한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현장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답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요양병원계에서 우려하는 일부 요소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의료중심 요양병원 판정 도구 또한 계속 현장에 맞게 개선하려 한다”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과 같은 방향성으로 요양병원 관련 정책을 펴고 있고, 계속 현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