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사태로 수천억 원의 손실 위기에 처하자 ‘책임투자’ 원칙이 대체투자 분야에서 외면당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국민연금으로부터 6121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MBK는 홈플러스의 알짜 점포들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단기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투자자들에게 고배당을 실시했다.
이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홈플러스는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MBK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먹튀’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보통주로 투자한 295억원 전액이 손실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민의 노후자금에도 구멍이 뚫렸다.
또한 5826억원에 달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현 상황에서는 상환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국민연금 측은 현재 MBK로부터 받아야 할 금액이 약 9000억원에 달하며, 손실이 확정되면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국민연금의 ‘반쪽짜리’ 책임투자 제도에 있다. 국민연금은 주식이나 채권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평가해 가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이익 추구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운용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작 MBK와 같은 사모펀드가 포함된 대체투자 분야에는 이 책임투자 가점 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대체투자 영역의 책임투자 적용 지침 및 규율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대체투자 분야에도 책임투자 가점 제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이미 2022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사후약방문’식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막기 위해 대체투자 분야에도 사회적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