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이 55조5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투자 자산의 7.57%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를 중심으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맞춤형 감독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이 23일 발표한 ‘2025년 3월 말 기준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총 5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금융권 총자산(7392조7000억원)의 0.8% 수준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보험사가 30조3000억원(54.6%)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은행 12조1000억원(21.9%), 증권 7조5000억원(13.6%)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 투자가 34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62.1%를 차지했다. 유럽이 10조3000억원(18.5%), 아시아 3.7조원(6.7%), 기타 및 복수지역 7.0조원(12.7%)이 뒤를 이었다.
금융사가 투자한 단일 부동산 사업장 32조9000억원 중 2조4900억원(7.57%)에서는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EOD란 채무자가 이자나 원금을 미지급하거나 담보 가치 부족해지면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EOD 발생 규모는 직전 분기(2조5900억원)보다는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자산 유형별로 오피스 투자 자산에서 EOD 발생 규모가 82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주거용 자산을 포함한 복합시설 등에서 1조5000억원의 부실이 발생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산업 및 주거 시설을 중심으로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재택근무 확산 등 구조적 문제로 오피스 부문은 높은 공실률이 지속되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손실 확대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투자 규모가 금융권 전체 자산 대비 크지 않고, 은행의 BIS 총자본비율(15.68%)이나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197.9%) 등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향후 부실 우려가 큰 오피스 투자자산을 중심으로 손실인식의 적정성을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펀드 자산에 대한 주기적인 외부 전문기관 평가를 통해 적정 손실 인식을 유도하는 등 맞춤형 감독에도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되도록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도 올해 4분기까지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