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전주시설관리공단이 직원 채용을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시설관리공단은 지난 4월 올해 상반기 정규직 공채에서 특정 직렬 합격자를 채용 규정을 위반하고 선발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의 직원 채용 전형 절차는 서류심사, 인성 검사, 필기시험, 면접시험 4단계로 진행되며 각 단계마다 이전 단계 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다음 단계 전형을 실시하는데, 특정 직렬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에 불합격한 지원자가 면접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특정 직렬은 채용 계획인원이 1명으로 필기시험 성적순으로 3명을 면접 대상자로 선발하면 되는데 동점자가 있어 5명을 면접 대상자로 일단 뽑았다는 것. 그러나 그들 중 1명이 응시자격 부적격 사항이 확인돼 면접 대상에서 제외되고 4명을 합격 처리했다.
그대로 면접을 진행했으면 될 일인데 시설관리공단은 4위 동점자 3명을 추가해 모두 7명을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치렀고, 뒤늦게 면접 대상자가 된 4위 동점자 중 1명이 가산점을 받아 최종 합격자로 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시설관리공단 공채 응시자 중 1명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부당함을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최근에야 알려졌는데 전주시는 자체 감사를 요구했고 공단은 지난 1일부터 감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시설관리공단이 감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고의가 아닌 채용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라며 담당 주무관과 인사팀장을 다른 부서로 전보 발령해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은 통상적으로 인사업무 처리에 있어 주무관과 팀장, 부장, 2명의 본부장, 이사장까지 모두 6명의 결재 과정을 거치는데 공단에서 주장하는 ‘채용 과정의 오류’를 결재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고, 또 서둘러 축소 진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불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의 주시되는 상황이다.
시설관리공단은 또 현재 진행 중인 임원 채용에서도 낙하산 내정 의혹이 불거졌다. 공단은 지난해 7월 이석현 전 경영본부장이 전주시청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발생한 공석을 채우기 위해 지난 16일 지원자 8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했고 이튿날 홈페이지에 임원 후보 추천대상자 3명을 발표했다. 합격자 중에는 우범기시장 선거 캠프에 일하다가 전주시에서 6급 공무원으로 3년간 재직한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인사가 공단에서 제시한 응모자격인 ‘국가 또는 지방공무원 5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위에서 3년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등의 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단이 우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이들을 위한 ‘보은인사’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주시설관리공단은 이전에도 임원진과 일부 직원들의 ‘낙하산 인사’로 구설수에 자주 올랐다. 상반기 홍보마케팅팀을 신설하고 팀장급 직원을 채용하면서도 기존 실무자보다 낮은 자격 기준을 적용해 논란이 일었었다.
응시자격을 학사학위 취득 후 필요 경력 4년에서 1년으로, 해당 분야 실무 경력 요건을 7년에서 3년으로, 공무원 경력 요건도 7급에서 8급으로 기존 실무자보다 크게 낮췄다. 또 채용 절차도 간소화해 필기시험 없이 서류심사와 면접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했다.
특히 공고 전부터 내정자로 거론됐던 특정 인물이 ‘역시나’ 최종 합격했는데, 그는 우범기 전주시장 선거 당시 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인물로 채용 과정이 특정인을 염두에 둔 ‘형식적 절차’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시설관리공단은 이연상 이사장이 취임한 후 4개월 만에 가진 연초 ‘비전 선포식’에도 공단 직원이 아닌 관리 사업장에서 일하는 공공근로 어르신들로 행사장 200여석을 채우고 행사를 진행해 구설에 올랐다. 기관의 비전 선포식은 대부분 직원들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성장 의지를 다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공단 비전 선포에는 직원들은 도외시하고 외부인 잔치가 되버린 꼴이 됐다.
전주시설관리공단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한국경영인증원(KMR)에서 직무능력 중심으로 공정하게 직원을 채용하는 모범 공공기관에 수여하는 ‘공정채용 우수기관’ 인증을 받은 우수한 기관이다.
또 지난해 전국 262개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안전부 경영평가에서도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솔선수범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시민 서비스에 주력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우수 경영(나 등급)' 평가를 받았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번 직원 채용 공정성 논란과 관련 “감사를 통해 불공정한 채용이 확인되면 현실적인 구제 방안을 찾아보고, 감사 결과에 따라 경찰서에 수사의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에서 ‘채용 의혹’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채용 물의를 책임지는 수위가 이사장 또는 본부장 어디까지일지 두고 볼 일이지만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조치가 나올지 의문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신바람 나는 시설공단, 임직원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시설공단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전문적인 시설관리로 시민의 편익과 복리증진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 취임 이후 채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이어 나오는 ‘인사 의혹과 구설’에 직원들은 물론 전주시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평가받은 시설관리공단의 ‘추락’이 어디까지 일지 바라보는 시민의 심정은 답답하다.